직접 사죄 빠진 과거사 이슈, 양국 관계 발목 가능성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으로 12년 만에 한일 정상간 셔틀 외교가 복원된 데 외신들도 높은 관심을 보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가장 바라던 그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된 7일 뉴욕타임스(NYT)는 관계를 심화하겠다는 한일 양국의 다짐이 과거의 불만을 뒤로 하고 협력을 강화할 것을 양국에 촉구해온 미국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NYT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제 강제징용 해결책 발표 등의 조치가 셔틀 외교 복원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담대하고 원칙 있는 일본과의 외교적 결단에 감사하다"고 말한 것은 기시다 총리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대통령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일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도 더 통합적이고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서 "이는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동맹의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한일 관계 개선이 "다양한 분쟁 지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이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통합 억제를 진전시키려는 바이든 정부의 바람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한일 간 셔틀외교 복원은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의 단합을 절실히 원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통피 김 브뤼셀자유대학 안보외교전략센터 교수는 "셔틀외교 복원을 통해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되기 전 중대한 외교적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라며 "부주의한 실수로 인한 외교적 사고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양국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한미일 협력 심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치며 과거사에 대한 직접적 사죄 표현을 쓰지 않은 부분이 한국인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고, 과거처럼 역사 문제가 언제든 양국 관계의 현안으로 재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NYT는 과거사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뿌리깊을 수 있다면서, 지난 3월 한 조사에서도 한국인 응답자의 64%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양국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제인스디펜스위클리 도쿄특파원 다카하시 고스케는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에 합의한 것 등은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결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 표현이 없어 한국 여론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