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방어권 지나치게 제한…주요 증거 혐의 일정 부분 수집"
충분한 인적·물적 자신했으나 신병확보 실패…수사 동력·명분 모두 잃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 씨가 구속을 면했다.
강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나머지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향후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강 감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21 mironj19@newspim.com |
강씨는 2021년 3~5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당직자와 공모해 당 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합계 9400만원을 살포하는 등 선거운동 관계자·선거인 등에게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하고,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강씨를 소환해 조사한 뒤 늦은 저녁 곧바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관련자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윤 부장판사는 검찰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에 피의자가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거나 다른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 및 허위사실 진술 등을 하도록 회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확보한 주요 증거와 향후 수집이 예상되는 증거들에 대해 피의자가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장차 증거를 인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단정하기 어렵고, 피의자가 그동안의 (검찰) 소환조사에 임해온 점, 주거·지위 등을 감안할 때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윤 부장판사는 검찰이 강씨의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했다고 봤으나, 추가로 규명돼야 할 부분 등을 감안할 때 현 단계에서 그를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애초 법조계 안팎에선 강씨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검찰이 강씨와 직접 돈을 주고받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음파일이라는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고, 최근 이 전 부총장이 검찰 조사에서 자백성 진술을 하며 인적 증거 또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발부에 힘을 싣기 위해 당시 그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관련자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증거인멸은 도주 우려 등과 함께 구속영장 발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같은 노력에도 결국 강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는 보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다수의 민주당 현역의원 등을 겨냥한 수사가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첫 신병확보부터 실패해 수사 동력과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긴 하지만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강씨의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 수집을 일정 부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공여자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던 금품 수수자들이나 이번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까지 수사를 확대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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