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3일 행사 앞두고 불시 철거 예고
"당장 집행하진 않을 듯...행사에 추모객도 많을 것"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오는 23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야외행사를 앞두고 합동분향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강제 철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은 "당장 집행할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광장 분향소엔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이 국화를 들고 추모객들을 맞이했다. 시민들은 오며 가며 분향소에 들려 헌화했고, 일부는 유족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21일 오전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 추모객들이 모이고 있다. 2023.04.21 allpass@newspim.com |
서울시가 최근 행정대집행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유족들은 24시간 교대로 분향소를 지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대응할 것도 없고 만약 지금 상황에서 행정대집행을 한다고 하면 솔직히 답이 없다"며 "당장 할 거라곤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의 요구 사항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철거를 할 순 없지 않냐"며 "이번 서울시 행사에 오는 시민들 중 조문하러 오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도 '충분히 추모할 시간을 가지고 싶다'며 철거를 만류했다. 희생자들의 사진을 손으로 만져보던 박모(56)씨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철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유족들이 원하면 계속 운영해야 하지 않겠냐"며 눈물을 훔쳤다.
철거 예고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는 김모(57)씨도 "유족들은 아직 마음 정리가 안 됐을텐데 유지돼야 하는 것 아니냐. 광장 한 켠에 이렇게 설치돼있다고 큰 불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을 보탰다.
10여 걸음 떨어진 잔디밭에선 오는 23일 열리는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 준비가 진행됐다. 시청 입구엔 대형 캐릭터 조형물들과 탁자, 반구 형태의 큰 부스 여섯개가 설치됐고 외국인들이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근에 배치된 경찰들은 분향소와 행사 장소 사이를 오가며 안전관리를 이어갔다.
한편 서울시와 유가족 측은 대화 창구를 닫은 상태다. 시가 이달 초까지 분향소 공동운영 및 이전을 제안하며 유가족 측과 16차례 대화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시는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사전적 법적 절차는 다 진행된 상황"이라며 불시에 철거가 이뤄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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