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등급 평가에 대전시 즉각 반발... 상호 불신 심화
매니페스토본부 "공약에 대한 평가 문제없어" 주장
이장우 "돈으로 평가는 부당...사용내역 공개 마땅"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매니페스토본부)가 대전시에 대해 '공약실천 D등급' 평가를 내놓자 대전시가 '돈으로 하는 평가는 부당하다'고 거부하면서 양측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공약은 시민약속"이라며 평가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인 반면, 대전시는 "순위를 정하는 일괄적인 평가방법과 용역비 사용내역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립하고 있는 것.
앞서 매니페스토본부는 '17개 시도지사 공약실천 로드맵 평가'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한 대전시를 최하위 등급인 D등급으로 평가했다.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자료보완 요청·소명 등이 불가했다는 이유에서지만 대전시 입장에서 보면 불쾌할 수밖에 없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민선8기 대전시 슬로건과 매니페스토실천본부 CI2023.04.19 gyun507@newspim.com |
매니페스토본부에서 밝힌 표출방식에 따르면, D등급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약정보 내용이 부실한 경우 표출한다. 매니페스토본부가 D등급을 매긴 지역은 현재까지 대전시가 유일하다.
대전시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매니페스토본부의 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대전시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 18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박연병 대전시 기획조정실장은 자료제출 요구에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았을 뿐인데 (일방적으로) D등급을 매겼다고 부당함을 지적했다.
그는 매니페스토본부에서 지난 1월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 미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도 매니페스토본부는 시에 공개된 한정된 자료만을 근거로 일방적인 평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기준도 지역 정책(대규모 공약사업)을 살리지 못하는 일괄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권경민 시 정책기획관도 "각 지자체별 사업 성격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평가 시기를 매니페스토본부가 결정하고 이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문제"라며 "특히 대전시는 사업규모가 타 지자체보다 대규모로, 민선8기 공약 중 대통령 공약도 다수 포함돼 있어 정부 부처와 협의할 사항이 많아 미완성된 자료로 평가받을 바엔 평가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러한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D등급을 평가한 것은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매니페스토본부 측은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뉴스핌>과 전화를 통해 "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민선8기 공약 자료를 통해 평가한 결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민선7기와 달리 이장우 대전시장 민선8기 사업 규모가 굉장히 확대된 상황으로 재정 규모가 큰 만큼 시 홈페이지에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우리가 이를 자체 평가해 D등급을 준 것"이라며 "대전시 주장대로 '평가 제외'로 해달라는 말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을 보지 말라는 것과 다름 아니라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공약 평가 로드맵 관련,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17개 시도에 일률적인 평가로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대전시 공약실천 계획를 평가하는데 17개 시도 일률적인 평가항목과 타 지자체보다 대규모 사업이 왜 이야기 되느냐"며 "SA등급을 받은 대전시교육청 등을 공개하는 것도 미진한 부분을 (다른 시도가) 보완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19일 이장우 대전시장은 "단체장의 공약 평가에 대해 돈을 주는 그러한 부패한 구조가 어디 있냐"고 비난하며 "매니페스토본부는 그동안 전국 지자체에서 받은 돈이 얼마이며, 어떻게 집행했는지 사용처 내역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핌 DB] 2023.04.19 gyun507@newspim.com |
5년간 총 7776만원이 집행된 용역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사무총장은 "민선7기 (용역비는) 공약평가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활동비를 주라고 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비용 산정과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어 "민선5기부터 지금까지 평가제외를 요구한 사례는 이번 대전이 처음"이라며 "대전시의 이러한 모습이 이해되지 않고 당황스러울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전시는 이번 평가 뿐만 아니라 매니페스토본부 평가 구조 자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9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매니페스토본부의 전국 17개 시도 평가 구조(용역비)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이날 민선7기(전임시장) 재임기간 동안 매니페스토본부에 집행된 용역비 세부 현황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공약사업 실천계획 심의 용역비 명목으로 2017년부터 5년간 매년 1330만원부터 많게는 1819만원까지 총 7776만원이 집행됐다.
이 시장은 이처럼 적지 않은 자금이 집행된 만큼 매니페스토본부는 이제라도 용역비 사용처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단체장 공약을 평가한다는 기관에 대한 공적인 신뢰성 여부가 불명확한데 그런 기관의 공약 평가에 대해 돈을 주는 그러한 부패한 구조가 어디 있냐"고 비난하며 "매니페스토본부는 전국 지자체에서 받은 돈이 얼마이며 어떻게 집행했는지 사용처 내역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