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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형사공탁특례제도 도입 및 문제점

기사입력 : 2023년04월04일 09:00

최종수정 : 2023년04월04일 09:00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손태원

2022년 12월 9일자로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시행된 시점으로부터 벌써 4개월이 지났다. 형사공탁 특례제도는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피해자를 위하여 변제공탁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이다.

기존에는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변제공탁을 하기 위해 피해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인적사항을 알아야 했는데, 형사사건은 민사와 달리 피공탁자가 범죄피해자라는 특성상 피공탁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양형에 있어서 법원의 선처를 받기를 원하는 피고인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고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등 2차 피해가 많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형사공탁특례제도를 도입하여 공탁서에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더라도 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이나 사건번호 등을 기재하는 방법으로 공탁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피해회복을 위하는 동시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더라도 공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손태원 변호사 [사진=화우]

간단히 신청절차에 대해 알아보자면, 본 제도의 적용대상은 형사사건의 피고인에 한하며,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피내사자나 형사피의자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공탁은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진행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으며, 공탁서에는 일반 변제공탁과 달리 피공탁자의 성명을 대신하여 공소장, 조서, 진술서, 판결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성명(성·가명 포함)만 기재하고, 피공탁자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는 기재하지 않으며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과 사건번호 및 사건명, 공소장에 기재된 검찰청과 사건번호를 기재하여 공탁할 수 있다.

공탁서에는 예를 들어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 출력물과 같이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서면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공탁 수리 후 공탁계에서 준 가상계좌로 입금이 되면, 공탁절차는 종료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자신 앞으로 공탁된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형사공탁이 이루어지면, 공탁관이 전자공탁 홈페이지와 대법원 홈페이지에 이를 공고하고 있으며, 이 공고 화면을 조회하면서 공탁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형사공탁이 성립된 후 공탁관으로부터 공탁사실통지를 받은 법원과 검찰이 피해자 측에 형사공탁사실을 고지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절차를 통해서도 피해자는 공탁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공탁금을 출급받기를 원할 경우, 우선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이나 그에 대응하는 검찰청(사건이 확정되었다면 1심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의 형사공탁 담당직원)에 문의하여 증명서 발급기관을 확인한 후 피공탁자 동일인 확인 증명서를 발급받고, 본인 또는 대리인이 공탁소를 방문하여 공탁물 출급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보관은행을 방문하면 계좌입금 방식 또는 현금으로 출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탁금액이 치료비나 위자료에 미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공탁금을 출급 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피공탁자는 공탁금 출급 청구시에 '이의를 유보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공탁금을 출급하게 되면 나머지 치료비나 위자료 등에 대해서도 다시 민사소송 등의 방법으로 청구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형사공탁특례제도가 반드시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피고인이 범죄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나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형사공탁을 하고 이를 기초로 감형을 받는 사례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경제적인 보상이 아니라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 또는 그에 대한 엄벌일 수도 있는데, 형사공탁특례제도를 이용하여 법원으로부터 선처를 받는다면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형사공탁이 되었는지 여부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처벌의사가 있는지, 피해자가 공탁금을 출급하였는지, 범죄의 성질이 공탁제도에 어울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을 함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금전적인 배상을 거부하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경우와 재산범죄나 과실범에 있어서 피고인이 피해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형사공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고 엄벌만을 탄원하고 있는 경우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의 의사를 표시하고 피해자와 합의를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와 아무런 노력 없이 형사공탁만을 한 경우도 같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사안에 따라 법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됨으로써 형사공탁특례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통일된 기준이 없다면 법관으로서도 양형에 고민이 많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나 피해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아직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시행된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 빨리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통일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부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통일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실행됨으로써,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손태원 법무법인(유) 화우 파트너 변호사


2009년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2012년 사법연수원 41기 수료

2012년 ~ 2015년 법무부 국제법무과 등 공익법무관

2015년 ~ 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기업형사그룹, 건설그룹 변호사

2016년 ~ 현재 법무부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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