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밀기 중 브레이크 작동으로 15일 자격정지
훈시규정 주장…재판부 "운항규정 위반, 중과실"
"137명 탑승객들은 해당 항공기 이용할 수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항공기 이륙장에서 비상상황이 아닌데도 브레이크를 작동해 운항규정을 위반한 조종사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항공기 기장 A씨가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운송용조종사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의 항공기 모습.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2021.10.23 yooksa@newspim.com |
B항공사 조종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4월 이륙장 탑승구에서 뒤로밀기(Push Back) 중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브레이크를 사용해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5일간 운송용조종사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을 받았다.
뒤로밀기는 승객 탑승 절차를 마친 항공기의 이륙을 위해 견인차량이 항공기를 뒤로 밀어 활주로로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B사의 조종사운영교범(POM) 운항규정은 '비상상황을 제외하고 뒤로밀기 중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A씨는 해당 운항규정이 훈시적 성격에 불과하고 조종사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정이 아니라며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처분의 근거가 되는 항공안전법 제93조 제5항, 제43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항공안전법은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항공종사자 자격증명 등의 효력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운항규정의 내용에 관해 별도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며 훈시규정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A씨)가 이 사건 항공기 뒤로밀기 중 파킹 브레이크를 'SET' 상태로 작동해 항공기가 멈춰 섰고 견인차량은 계속 뒤로밀기를 해 항공기와 견인차량을 연결하는 안전핀과 항공기의 견인봉 연결 볼트 2개가 파손됐다"며 "항공기에 탑승했던 137명의 승객들은 해당 항공기를 이용할 수 없어 후속 항공편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파손된 안전핀과 견인봉 연결 볼트 2개의 교체비용은 각각 58달러(한화 약 6만3000원)와 5.92달러(한화 약 6500원)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대로 착각으로 운항규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과실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고 뒤로밀기 중 브레이크 작동은 자칫하면 견인차량과 항공기 충돌 등 중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행위로 항공기 안전에 위해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한 제재처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부적격 항공종사자에 대한 자격증명 취소와 효력정지를 규정한 항공안전법 규정은 평등원칙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A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