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재판서 경선자금 전달 경위 구체적 증언
"김용과 눈 마주쳤지만 당시 인사는 안했어"
"갑자기 돈 안받았다고 해서 녹음하나 의심"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대선 경선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아 갔다는 구체적인 법정 진술이 나왔다.
정민용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의 5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의 측근이자 천화동인 4호 이사 이몽주 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뒤 이를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며 구체적인 전달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대선 경선자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김 전 부원장이 필요로 한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지난 2021년 4월경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이씨로부터 1억원이 담긴 '황제침향원'이라고 적힌 검은색 쇼핑백을 전달받으면서 "형님, 약입니다"라는 농담을 들었고, 이후 정 변호사 또한 유 전 본부장에게 이를 전달할 때 같은 농담을 했었다고 증언했다.
정 변호사는 이씨로부터 받은 현금 1억원을 유원홀딩스 사무실의 유 전 본부장 책상에 올려두었는데 김 전 부원장이 찾아오고 나서 돈이 담긴 쇼핑백이 없어졌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지난 2020년 11월 함께 설립해 운영하던 다시마 비료업체다.
정 변호사는 "흡연실로 사용하던 회의실이 있는데 저와 유 전 본부장이 거기에 있다가 벨이 울렸고 유 전 본부장이 직접 나가서 문을 열어줬다. 김용은 남색 사파리(외투)를 입고 있었다. 유 전 본부장과 김용이 함께 고문실로 이동했고 5~10분 정도 후에 김용이 나갔다"며 "이후 고문실로 갔는데 책상 위에 있던 쇼핑백이 없길래 김용이 받아갔을거라고 생각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유리로 된 문을 통해 김용과 눈이 마주쳤는데 당시에는 모르는 관계였기 때문에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이 사무실을 나갈 때는 블라인드에 가려 다리밖에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유동규가 김용에게 돈을 줬다고 분명히 얘기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정 변호사는 "돈을 줬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민용 변호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13회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03.11 pangbin@newspim.com |
이 밖에도 정 변호사는 각각 5억원과 1억원을 추가로 전달한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21년 6월 초 이씨가 본인이 살던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찾아와 5억원을 건넸고 정 변호사는 이를 자신의 나이키 백팩에 옮겨담은 뒤 다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6월 말경에는 정 변호사가 직접 남 변호사의 사무실 금고를 열고 1억원을 가져왔으며, 집에 있던 빨간색 발렌티노 신발박스에 돈을 옮겨담은 뒤 이를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정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을 세 차례 만난 경위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21년 12월 대장동 재판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김 전 부원장을 만났는데 그가 갑자기 맥락에 맞지 않게 '저는 돈 받은 적이 없어요'라는 말을 했다며 "혹시 녹음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검찰이 "돈을 받아가지 않았냐고 김용에게 반문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여기에서 그런 발언을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대충 얼버무렸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의 구체적 증언에 김 전 부원장은 "처음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만 해도 기억력의 한계가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자세하게 진술할 수 있느냐"고 직접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정 변호사는 "그때는 기억을 헤매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변호사는 "유동규로부터 윤건영(국회의원)과 박관천(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 윤건영을 만나고 와서 경험에 의하면 사람을 뽑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고 이런 부분을 얘기했다고 저한테 말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이 "차기 정권 인선을 위한 사전 작업을 윤건영과 이야기했다고 증인에게 말한 것이냐"고 묻자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당시 이재명 도지사가 배석하고 있었는데 대선과 관련해 만약 VIP(대통령)가 되면 청와대에서는 이런 것(인선)을 신경써야 한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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