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업체 버젓이 지도에…점주들 "서울시 지원 안 받을 것"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서울시가 지난해 지원한 '제로마켓'의 폐업 현황을 비롯한 관련 통계자료조차 없는 등 허술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로마켓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점사업으로 내세우는 '원팀서울'의 탄소중립 정책 중 하나로 올해 대대적인 확대를 추진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지원한 제로마켓에 대한 재정비부터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제로마켓은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세제, 샴푸, 화장품 등 리필이 가능한 제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만큼 무게를 재서 살 수 있는 친환경 매장이다. 지난해 민간 제로마켓 활성화를 위해 처음으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또 2021년에는 스마트서울맵에 제로마켓 위치와 현황을 표기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스마트서울맵 '제로웨이스트 상점' 상세정보 이미지 [사진=서울시제공] 조승진 기자= 2023.03.09 chogiza@newspim.com |
그러나 뉴스핌 취재 결과 스마트서울맵에는 폐업된 제로마켓이 버젓이 올라와 있는 등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관악구의 한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던 제로마켓 사장 A씨는 "12월에 폐업 의사를 굳혔고 1월 중순에 완전히 짐을 뺐다"고 밝혔다.
마포구에 위치한 또 다른 제로마켓 역시 지난달 18일로 영업을 종료했지만 지도에 영업 중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 두 곳 모두 '서울시인증 제로마켓'으로 지난해 시의 지원을 받은 곳이다.
'서울시 인증' 제도 역시 특별한 선별 절차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차원의 인증 절차는 따로 없다"고 했다. 반면 서울시인증 제로마켓이라고 표기한 업체는 "서울시에서 직접 문패까지 제작해서 줬다"고 반박했다.
스마트서울맵에도 '서울시 인증 여부'가 나타나 있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지원한 가게를 상대로 수료증 형식으로 드린 것"이라며 "인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서울시에서 업체에 제공한 '서울시인증 제로마켓' 문패. [사진=온라인제공] 조승진 기자= 2023.03.09 chogiza@newspim.com |
더구나 지난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은 가게 점주들 사이에서 시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대문구에서 제로마켓을 운영하는 B씨는 당시 시로부터 홍보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지급받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마켓을 운영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임대료"라며 "이를 시 관계자에게도 여러 번 얘기했지만 지원금은 홍보비로만 써야 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시 지원 절차에 따른 홍보를 했는데 오히려 자기 돈을 더 많이 써 손해를 봤다는 지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임대료만 지원됐어도 폐업하는 제로마켓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시 서울시가 지원해준다고 해도 신청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성동구 위치한 제로마켓 점주 C씨 역시 "홍보를 위해서는 인력이 필요한데 인건비 명목으로는 한 푼도 쓸 수 없었다"라며 "정작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시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여러 제로마켓이 자원순환 거점시설로도 운영되며 공공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시의 지원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25개구 구청장들이 2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후위기 공동대응 결의를 위한 2050 탄소중립 '원팀 서울' 출정식에서 시-자치구 공동결의문 발표 후 박수치고 있다. 2023.02.27 yooksa@newspim.com |
자원순환 거점시설로 이용되는 제로마켓은 플라스틱 뚜껑, 우유 팩 등 재활용품을 모아 업사이클(새활용) 업체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재활용품 수거 시설로 이용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C씨는 "해당 물품 무게가 상당하고, 이를 보내기 위해 택배비와 물류비가 상당히 소요되고 있다"라며 "공공이 해야 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시가 알아서 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원팀서울' 출정식에서 서울시 전 자치구와 협력해 올해 제로마켓 300곳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원팀서울은 서울시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 추진을 위해 구성한 팀이다. 하지만 기존 마켓과 사업자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확대에 앞서 대대적인 재정비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제로마켓 확대 사업은 아직까지 구체화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자원순환 거점시설로 운영되는 제로마켓 현황에 대해서도 "저희가 따로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고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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