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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⑮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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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절제와 질서의 뿌리를 찾아

스웨덴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례 1. 철로결빙으로 열차가 4시간 연착합니다

여행 중 환승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역에는 백여 명 정도의 승객이 운집해 있었다. 연일 안내전광판과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벌써 30분 째 기차가 연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시간, 2시간, 3시간. 핸드폰을 보는 사람, 대합실에 설치된 TV를 보는 사람,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창구에 찾아가 언성을 높여 가며 항의 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평온한 여느 대합실의 모습이다. 4시간 30분이 되어서야 기다리던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선다. 땅거미가 떨어진 추운 겨울, 질서정연하게 탑승하는 모습은 5시간 가까이 기다린 사람들이라기보다 그저 평범한 일상적 여행객의 모습이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사례 2. 영하 15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네 사람들

11월 초 아침 8시. 많은 동네 사람들이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온 눈으로 온통 나무들이 눈꽃을 피워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적한 동네라 아침 배차 시간은 30분마다 하나씩 되어 있다. 정시에 오던 버스가 15분을 기다려도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0분이 지났고 결국 그 다음 버스도 10분을 기다렸지만 나타나질 않는다. 총 40분을 기다린 것이다. 옆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차분해 보였다. 핸드폰만 열심히 들여다본다. 40분 기다린 나를 포함한 승객들은 그 때부터 약속이나 한 듯 택시를 부르거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지역뉴스를 보니 갑자기 내린 폭설 때문에 겨울 타이어로 교체되지 못해 버스가 곳곳에서 이탈 사고를 내 1~2시간 동안 버스가 배차될 수 없었다고 했다.

사례 3. 비행기가 안개로 착륙을 못 합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여행 중 착륙 30분을 남기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짙은 안개로 비행기가 착륙할 수 없어 옆 도시에 착륙하도록 하겠습니다." 칼마르(Kalmar)라는 도시가 종착지였으나 옆 도시 론네뷔(Ronneby)라는 곳에서 내리게 되었다. 비행기 착륙시간은 밤 11시, 숙소까지는 1시간 정도 거리였다. 도착해 택시를 잡기 위해 모두 민첩하게 움직인다. 시내에서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대기시켜 놓지 않았느냐는 항의나 무책임하다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사례 4. 파업으로 비행기가 뜰 수가 없습니다

SAS 파일럿 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톡홀름 아를란다 국제공항에는 휴가를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승객들이 긴장하며 타협소식을 애타게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타협까지 이르지 못하고 파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휴가 계획으로 들뜬 마음으로 공항을 찾았던 승객들은 하나 둘씩 조용히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비행기를 타지 못한 승객의 수는 적게 잡아도 5000명이 넘었다고 저녁 뉴스에 나온다. 불상사나 항의 승객, 고함을 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내면

스웨덴 멘탈리티(Svenska mentalitet)를 출판해 인기를 끈 민속학자 오케 다운(Åke Daun)은 이렇게 분석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내면에는 누구와 충돌하거나 주목받는 것을 회피하는 통제장치가 있다. 이를 그는 갈등공포증(Konfliktfobi)과 갈등회피(Konfliktundvikande)라 지칭한다. 자신의 큰 목소리에 누군가 받을 불쾌함이나 당혹감을 생각해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면전에 누구와 부딪힌 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다. 누구와 따지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오케 다운 교수의 분석은 이런 멘탈리티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로 향한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

다운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 문화의 핵심에는 무엇보다 가정의 양육에 있다고 보았다. 스웨덴에서 부모의 자녀 양육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자녀를 보호해 주기 위한 최선의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피하게 하는 것이다. 틀과 규정, 그리고 제도에 대한 전수가 부모의 자녀에 대한 의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식당에서 뛰어 다니며 소리 지르는 아이를 보기 드물다. 크게 떠들거나 떼를 쓰는 아이를 부모는 예외 없이 아이의 눈을 보며 손으로 "쉿"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도 통제가 안 되는 아이는 바로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이런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식당이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대합실, 병원대기실, 민원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주위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들이 사회적 규범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았다. 기독교적인 전통이 내면의 세계형성에 깊게 자리 잡고 있고, 1940년대 이후 회자되기 시작한 얀테의 법칙과 라곰이 만들어낸 내적 평형상태에 이른 듯하다.

[사진=스톡이미지]

단 것을 토요일에만 주는 문화

스웨덴에서 아이들이 떼를 쓸 때 부모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얼까? 이 표현을 주로 쓴다고 한다. "쉿, 토요일 사탕을 생각해야지!" 더 떼를 쓰면 토요일 사탕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유추적 레토릭처럼 들린다. 막무가내로 떼쓰거나 우는 아이에게 이 한 마디는 즉각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토요일 사탕은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일주일의 최대 위안거리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구디스(Godis, 젤리, 사탕, 초콜릿 등 단 것을 총칭)를 사는 것이 아이들이 있는 보통 집안의 주 중 행사다. 장 볼 때 주로 아이들이 함께 구디스 가게에 동행하는 이유다. 토요일(Lördag)과 결합한 단어 토요일 사탕(Lördagsgodis)은 대명사 형태로 사용된다. 아이들은 토요일 사탕을 먹기 위해 1주일 동안 순한 양처럼 부모의 말을 따른다. 연구에 의하면 2차 대전 당시 치아 건강을 위해 정부에서 자녀가 있는 가정에 권장한 공익 캠페인이 전 가정에서 시행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곳에 숨겨 놓고 혹시 찾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한다. 국민의 치아 건강상태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연구결과들이 나와 점차 스웨덴 전통으로 뿌리를 내렸다고 하는 가설들이 소개된다. 주말 함께 단 것을 먹는 것이 가족마다 즐거운 축제이자 작은 예식이 된 셈이다. 여전히 이 구디스 문화는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전통 중 하나다. 이 토요 구디스는 특히 아이들의 감정이 폭발할 때 달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을 다스리는 심리적 브레이크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결국 이 사탕예식도 규율을 가르치는 사회심리교육의 일환인 셈이다.

그들의 감정 통제에 대한 나만의 해석은 이렇다. 스웨덴은 2000년부터 정식으로 국가와 교회가 분리되었다. 이 전까지만 해도 1536년부터 정교일치 국가였다. 루터교를 받아들인 이후 교회는 국가의 통제 하에 있었기 때문에 온 국민들은 예배를 드리는 것이 의무였다. 성경을 읽게 하고 암기하도록 했다. 암기를 하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심리적 압박 뿐 아니라 회초리 등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는 역사책을 본 적이 있다. 또한 교회는 학교가 생기기 전까지 마을의 교육기관이었다. 마을 교회 교구장은 목사님이자 선생님, 그리고 결혼식 때 주재자였으며, 돌잔치, 생일파티 등 함께 하는 마을어른 역할도 수행했다. 내가 35년 전 스웨덴에 처음 갔을 때 동네 교구사무소에서 주민신고를 했던 기억이 난다. 목사님은 이장님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듯 교회는 국민들이 국가의 규율을 따르게 하고 기독교적으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가장 중요한 교육기관이자 마을 질서를 바로 잡는 규율 반장의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500년 동안 국가 규율을 따르고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던 관행과 습관이 법과 질서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게 한 주요 원인이 아닐까 짐작된다.

기독교 문화적 설명도 사실 불완전하다. 내가 손해 볼 것이 확실한데 과연 참고 견딜 수 있을까? 인간은 이익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는 벌어진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금전적, 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체계가 기본적으로 작동해야 그나마 마음이 너그러워 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들의 행정보상 제도를 들여다보았다.

[사진=게티이미지]

스톡홀름 시내버스의 경우 예정했던 여행에서 20분 이상 연착하면 2023년 기준 최대 1350 크로네(한화 약 15만원)까지 환불이 가능하다.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탔다면 사유서와 함께 영수증을 3개월 이내 고객 상담실에 제출하면 최대 환불금액까지 되돌려 준다. 그리고 3년 이내 영수증과 사유서를 제출하면 최대금액까지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도시마다 약간씩 절차와 규정은 달라도 비슷한 방법으로 환불 받을 수 있다. 기차의 경우 150Km 이상 여행할 때 20분 연착시 50%, 40분 연착시 75%, 1시간 이상일 경우 100%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항공기의 경우 여행자 보험을 통해 추가되는 비용을 변상 받을 수 있다. 금전적 보상은 어떤 경우든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는 셈이다. 정신적 스트레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부분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중교통이나 열차, 항공편의 연착과 관련하여 병원치료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면 여행자보험이나 가정보험으로 어느 정도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되고 그 과정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는 것이 현명하기는 하지만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은 확실하다.

행정 결정의 편지에 담긴 내용

어떤 행정결정이든 서면으로 이루어진다. 행정법에 따라 행정결정 통지서는 다음의 문구를 담고 있어야 한다.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3주 내에 서면으로 재심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의 행정업무로 인한 예정된 손해 혹은 불이익에 대한 재심의 요청권은 시민들이 굳이 결정 기관을 달려가지 않아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나 당연히 내지 않아도 될 세금 혹은 범칙금 등의 경우 재심의 요청권을 사용하면 된다. 스웨덴 행정법(Förvaltningslagen) 43조에 따라 반드시 서면으로 결정사항에 대해 3주 내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에서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면 행정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행정심판절차는 3심제도로 되어 있어 행정대법원까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행정소송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사유로 선뜻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잘못된 근거 사유나 오판에 따른 행정결정에 대한 시정절차가 열려 있고, 결정 근거에 대한 설명과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정보의 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굳이 결정권자에게 달려가 항의하거나 얼굴을 붉힐 일이 없어진 셈이다. 스웨덴에서 다양한 시 건축과와 환경과, 자동차 시험장, 세무서, 동사무소를 다녀 보았지만, 공공기관에서 언성이 높아지거나 불편한 입싸움들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행정결정 재심의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예기치 못한 실수와 결과를 인정하는 사회

어떨 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의 멘탈리티의 핵심은 얀테의 법칙에 기반한 배려와 겸손의 미덕, 그리고 상호신뢰에 따른 선을 넘지 않는 행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이론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원인의 4가지 양상을 제시한 데보라 스톤(Deborah Stone)의 연구 '정책의 패러독스: 정치적 결정의 예술'을 보면 행위의 두 차원 (의도 목적적/비목적적) 그리고 행위결과의 두 차원(예기된 결과/비예기 결과)에서 4가지 사례가 나 올 수 있다.

명확한 의도와 목적에 따른 행위에 따른 원하던 결과(버스 기사의 높은 서비스 질과 승객의 만족도)
명확한 의도와 목적에 다른 행위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버스나 기차 운행이 갑자기 내린 폭설이나 기계의 고장으로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
불명확한 의도 혹은 비목적적 행위에 따른 원하던 결과(우연히 친구가 구입해 준 복권이 1억에 당첨)
불명확한 의도 혹은 비목적적 행위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후진하는 자동차에 보행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1번과 3번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소비자는 만족하는 경우이지만, 2번과 4번은 모두 원하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불만족스럽거나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네 가지 예문 중 제일 심각한 경우는 4번에 해당한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거나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경우는 책임소재가 명백하다. 하지만 2번의 경우 아무리 목적적 행위라 해도 전혀 예측 못했던 상황, 예를 들어 자연재해(태풍, 눈사태, 폭설, 폭우), 타이어 펑크와 같은 예기치 못한 기계적 결함 등에 있어서는 불가항력 적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경우 2번에 매우 관대하고 이해력이 높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이 불편한 상황을 다른 사람과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대들지 않고, 적절한 보상으로 만족하려 한다. 원인을 규명해 더 효율적인 대처를 위한 노력과 제도적 조치를 신뢰한다. 4번 경우에 있어서도 슬퍼하고 좌절하면서도 감정을 통제한다. 교회와 사회단체에서 제공하는 심리치료를 받거나 비슷한 시련을 겪었던 사람끼리 함께 위로 받으며 심리치료를 받거나,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제화 운동과 경각심을 높이는 사회운동을 전개한다.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의 경우 2번 상황에서 당장 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데도 누군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2번과 4번의 경우 관련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소비자는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가장 명확한 경우는 꼼꼼한 관련법규가 마련되어 있어 제공받지 못한 서비스나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을 때다. 그렇지 않고 떼를 더 쓰는 사람이나 적극적으로 항의한 사람에게만 배상이 제공되거나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너도 나도 그 행위에 동참하려 한다. 즉 잘 구축된 보상제도의 유무와 예기치 못한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완충장치, 원인규명과 추후 유사한 사고에 대한 효과적 대처 등의 유무와 신뢰정도가 사회적 반응의 차이를 보여준다.

2번과 4번의 경우 피해자를 위로하기보다 피해자 가족을 부추기거나 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함께 투쟁하면 사회적 상처는 치유하지 못한 채 더 오래 지속되고 화를 더 조직적으로 키울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정치화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정치의 영역은 책임 규명 과정의 투명화와 유사한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추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하고 시설 설치와 점검 등에 예산을 배정하도록 하는 노력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보상제도의 적절성, 희생자 가족을 위한 심리치료 서비스의 유무와 효과성, 엄청난 충격으로 생긴 국민들의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국민 정서 보듬기 등 국가의 화합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절제와 질서의 뿌리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연구서 '변화하는 사회의 정치질서(1968)' 와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연구서 '정치질서의 근원(2011)'에서 인지적 관성(Cognitive inertia), 즉 변화의 요구에 대한 완고성과 저항성이 강할 때 무질서와 폭력적 행태가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바뀌는 사회, 변하지 않는 사회, 지키려는 세력이 완강한 저항을 할 때 더 많이 분노하게 된다고 본다. 또한 이권이나 친분과 연결되어 거래하는 상호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와 가족 및 친척끼리 끌어주는 친족주의 (Nepotism)로 구성되는 후원주의(Patronage)가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이를 깨트리기 위해 격렬한 반항과 폭력이 더 쉽게 수반되어 질서가 파괴된다고 보았다. 이런 나라일수록 질서가 낮게 뿌려내려 정치민주화의 기반이 약하다고 보았다.

더 순간적으로 흥분하는 국민일수록 기다리지 못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많은 시간 기다림이 있었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격하게 요구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굳이 요구하거나 어필하지 않아도 규칙에 따라 다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정도나 똑 같은 수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굳이 반응을 할 필요가 없고 추후에 절차를 밟아 진행하면 된다.

후쿠야마는 질서 잡힌 국가의 3가지 조건으로 행정부의 능력, 법치, 민주적 책임성을 든다. 이 세 가지가 잘 작동하는 국가일수록 질서와 규칙이 잘 지켜지고, 약할수록 사회적 불안정 현상, 즉 저항, 항의, 감정 폭발 등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절제하면서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제도화와 관습화는 많은 시간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다. 더 좋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문화의 개조와 사회심리적 요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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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Z플립8'에 주름 개선 신기술 뺐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의 고질적인 화면 주름을 줄이기 위해 '플렉스 티타늄'을 도입했지만, 접힘부 굴곡과 단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이어져 온 갤럭시 Z플립8은 제외됐다. 고급 기술을 상위 제품에 먼저 적용해 제품 간 차별화를 두는 전략은 기존에도 활용해 왔다. 다만 화면 주름 개선은 새로운 편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과 달리 폴더블폰의 기본 사용감과 완성도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별 적용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폴드와 플립의 서로 다른 패널 구조와 접힘 방향, 별도 설계·내구성 시험, 양산 검증 과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작 기준 폴드7이 플립7보다 출고가가 약 89만원 높아 신기술 비용을 상대적으로 흡수하기 수월하다는 점에서 원가 부담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삼성 측은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 같은 폴더블이지만 구조는 달라 16일 업계에서는 플렉스 티타늄이 플립8에 적용되지 않은 이유로 폴드와 플립의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 구조를 꼽고 있다. 플렉스 티타늄은 기존 부품의 소재만 바꾸는 기술이 아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아래에 티타늄 합금 필름을 넣고, 디스플레이 모듈을 받치는 플레이트에도 티타늄을 적용하는 새로운 적층 구조다. [AI 인포그래픽=김정인 기자] 티타늄 플레이트에는 화면을 반복해서 접고 펼칠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을 촘촘하게 가공한다. 구멍의 크기와 간격, 배열은 패널이 접힐 때 받는 힘과 접힘 반경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폴드는 화면을 세로 방향으로 접지만 플립은 가로 방향으로 접는다. 화면 크기와 비율, 접힘부위 길이, 힌지 구조와 내부 부품 배치도 서로 다르다. 폴드용으로 설계한 티타늄 플레이트와 미세 홀 구조를 단순히 줄여 플립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에서는 플립에 같은 기술을 넣으려면 제품 형태에 맞춘 구조 설계와 내구성 시험, 양산 검증을 별도로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플립형 제품에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라기보다 이번 세대에서는 폴드용 구조의 개발과 양산 적용이 먼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 원가보다 별도 설계·검증에 무게 플립8 미적용 배경으로 원가 부담 가능성도 거론됐다. 전작 기준 갤럭시 Z폴드7의 국내 출고가는 256GB 모델이 237만9300원으로, 148만5000원인 Z플립7보다 89만4300원 높았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폴드가 신기술 적용에 따른 부품비와 공정비 부담을 흡수하기 수월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삼성 측은 원가가 플렉스 티타늄 적용 모델을 가른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Z폴드7. [사진=뉴스핌DB] 수율도 변수로 꼽힌다. 새로운 적층 구조를 적용하려면 티타늄 필름과 플레이트, 접착층이 일정한 품질로 결합돼야 한다. 패널 크기와 접힘 방향이 달라지면 제조 공정과 검사 기준도 다시 맞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폴드8에서 양산성과 내구성을 먼저 확인한 뒤 플립형 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생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차기 플립 모델의 적용 여부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판매 비중 커진 폴드에 우선 적용 폴드의 넓은 화면도 신기술 우선 적용 배경으로 꼽힌다. 폴드는 펼친 상태에서 영상과 문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화면 평탄도가 제품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접힘부위가 길고 디스플레이 면적도 넓어 화면 전체를 균일하게 받쳐주는 하부 지지 구조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강성이 높은 티타늄 합금 필름과 플레이트를 함께 적용해 화면 주름과 내구성, 제품 두께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폴드의 판매 비중이 커진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국내 사전판매에서 갤럭시 Z폴드7과 Z플립7은 총 104만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폴드7이 60%, 플립7이 4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2019년 폴더블폰을 처음 출시한 이후 국내 사전판매에서 폴드가 플립을 앞선 것은 처음이었다. 얇고 가벼워진 폴드7의 판매가 늘어난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도 폴드8에 먼저 적용된 셈이다. ◆ 소비자 불만 남은 플립…차기 모델 주목 플립8이 신기술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해 온 문제를 고가 폴드 제품부터 개선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플립은 접었을 때 크기가 작고 휴대가 편리해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끈 제품이다. 하지만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화면 중앙의 접힘부위가 평평하게 유지되지 않고 굴곡이 도드라진다는 불만이 이어져 왔다. 화면을 위아래로 넘길 때 손가락에 단차가 느껴지거나 접힌 부분이 살짝 솟아오른 듯한 이질감이 생기고, 밝은 곳에서는 접힘 자국이 더 선명하게 보여 사용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폴드8에서 플렉스 티타늄의 양산성과 실제 주름 개선 효과가 확인되면 플립형 제품에 맞춘 구조를 별도로 개발해 차기 제품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플립용 설계와 시험이 추가로 필요한 만큼 내년 출시 제품에 곧바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Z플립7. [사진=삼성전자] ◆ 폴더블로 확대되지 않은 프라이버시 기능 갤럭시 S26 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인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폴더블 라인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폴드8과 플립8 모두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사용자가 지정한 상황에서 화면의 시야각을 좁혀 옆 사람에게 내용이 잘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 화면 노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폴드는 화면을 펼쳐 문서나 메시지,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에서 화면을 볼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다. 이 때문에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가 폴더블의 대화면 활용성을 보완할 기능으로 꼽혔지만 이번 신제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해당 기술을 향후 폴더블 제품군까지 확대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차기 제품에서 적용 범위가 넓어질지 주목된다. kji01@newspim.com 2026-07-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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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통합' 4년제 사관학교 대전 자운대에 세운다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국방부가 16일 '국방교육 대개혁'을 표방하며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 일대에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미래 안보환경 변화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이끌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기존 각 군 사관학교를 "최고 수준의 첨단 통합 사관학교"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이번 계획을 "국방교육 대개혁의 첫걸음이자, 사관학교 교육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도약적 혁신"이라고 규정했다.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 2월 20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6.07.16 gomsi@newspim.com 국방부는 문제 인식의 출발점으로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규정하며, "각 군 사관학교 병립 체계가 자원 중복과 분산투자를 초래하는 구조적 비효율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각각 약 700~1000명 규모로 일반 종합대학 단과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총 2900여 명의 생도를 양성하기 위해 3명의 3성 장군을 포함한 7명의 장성, 약 3000여 명의 지원 인력을 유지하고 있어 "규모 대비 지휘·지원 구조가 비대하다"는 것이 국방부 판단이다. 국방부는 또한 "전쟁 양상이 지·해·공을 넘어 우주, 사이버, 전자기스펙트럼 등 '다영역 통제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는데도, 사관학교 교육체계는 여전히 군종별로 분절된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 출범할 국군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 지역에 통합 신설되며, KAIST와 국방과학연구소(ADD),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이 밀집한 과학기술 클러스터와 연계된 '스마트캠퍼스'로 설계된다. 국군사관학교 예상 조감도. [그래픽=국방부 제공] 2026.07.16 gomsi@newspim.com 국방부는 "분산·노후화된 기존 육·해·공군 사관학교 시설을 하나로 모아 과감한 집중투자를 단행,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 교육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은 우주·사이버·전자기스펙트럼을 포함한 AI 기반 전영역 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각 군 특성화 교육과,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 장병을 주도할 수 있는 국제 감각·소양 함양 과정으로 재설계된다. 국방부는 "현재 약 24% 수준인 사관학교 민간교수 비율을 점차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국립대학 수준 처우를 보장해 최고 석학이 장교 양성 일선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중심으로 간호사관학교, 첨단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 과정 등 다양한 교육 코스를 수용하는 '국방교육 허브'로 장기 발전시키고, 상징성이 큰 기존 사관학교 시설과 기념공간은 보존·활용 방안을 병행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이끌 주역을 길러내는 세계적 수준 첨단 사관학교로 도약하겠다"며 "국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열린 절차로 국방교육 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gomsi@newspim.com 2026-07-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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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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