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복지관에서 알게 된 지적장애인과 관계를 맺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 측은 피해자와 교제하고 있던 사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이종채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 7년 취업제한을 추가로 명령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5년 초 서울 송파구의 한 장애인 복지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교육생으로 온 피해자 B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B씨는 인지기능의 저하, 사회성과 판단력, 적응능력의 저하로 장애진단을 받고 전체지능 44인 2급 지적장애인으로 19세의 미성년자였다.
A씨는 같은해 9월부터 2016년 2월 사이 복지관 지하 1층 교육실에서 교육을 해줄 것처럼 B씨를 유인해 "우리가 하는 짓 비밀이야. 선생님께 말하지 마"라며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같은 시기 복지관 4층에서 수업을 들으려고 기다리던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우리가 하는 짓 비밀이야. 선생님께 말하지 마"라고 말한 뒤 교육실로 B씨를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같은 사실은 B씨가 지난 2021년 산부인과 진료를 받던 중 부모가 B씨의 성관계 경험을 알게 되면서 밝혀졌다. 이후 부모의 요청에 따라 B씨는 장애인 복지관 직원과 성 관련 상담을 진행했고 상담소를 통해 수사 기관에 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와 교제하고 있던 사이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B씨는 법정에서 "성관계 당시 마네킹처럼 가만히 있었고, 무섭고 불안했다"며 "원치 않는 성관계였고 그때 일이 자꾸 떠올라서 자살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이어 "A씨를 좋아했던 적 없고, 사귀자거나 좋아한다는 말도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복지관 외부에서 B씨와 따로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으며 2016년 2월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된 이후에도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육 및 실습시 사실상 B씨를 지도하는 역할이었고 B씨는 A씨를 '선생님'으로 불렀다"며 "지적장애 2급 장애인으로서 상대방의 행동의 의미나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A씨가 B씨에게 호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명시적으로 호감을 표현하거나 교제를 요청한 적 없다"며 "B씨의 인지 능력이 미흡한 이상 호감을 받아들여 성관계에 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신고 경위가 자연스러우며, 소집해제 이후 만나거나 연락한 적 없는 사이로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 갑자기 피해자가 허위사실을 지어내 무고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피해자의 진술을 분석한 장애인 성폭력 사건 전문가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정도의 충분한 진술이 없다"는 의견을 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관계 사실을 인정한 이상 분석의견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씨는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으며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B씨와 연인 관계였다고 계속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2심에서 다툴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