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소서 부탁하자 1분만에 다섯 문단 작성
주요 그룹 공채 이르면 내주 시작...기업들 골치
"전통적 채용 방법 무너져...새로운 방식 고안해야"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이용해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작성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며 기업들의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문항 작성하는 데 1분 소요...유려한 문장은 기본
챗GPT에 지원자의 기본 정보를 입력한 뒤 삼성전자 입사 자소서를 요청해봤다.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3.03.06 catchmin@newspim.com |
6일 업계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챗GPT를 이용해 자소서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챗GPT에 기업의 인재상, 본인의 활동 이력 등을 입력한 뒤 내용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챗GPT의 자기소개서 작성 능력은 일반 취준생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기자가 챗GPT 사이트에 접속해 "나는 전자전기공학부를 졸업했어. 학점은 4.2 정도고, SK하이닉스에서 인턴을 했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지원하고 싶은데 자기소개서 좀 작성해 줘"라는 질문을 입력하자 1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다섯 문단 정도의 자기소개서 문항 답변이 완성됐다.
챗GPT는 "제가 SK하이닉스에서의 인턴 경험을 통해 메모리 산업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쌓고 실제 현장에서의 업무 경험을 쌓아 더욱 전문성 있는 엔지니어로 성장했다"며 "학부 시절에 전자회로, 디지털시스템,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전공 과목을 수강하며 지식을 쌓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다"고 답했다.
전자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는 간단한 정보만 입력해도 학부 수강 과목과 삼성전자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엮어 완성도 높은 자소서를 완성해 준 셈이다.
◆1차 판별 단계였던 서류 전형 무용지물...기업들 '골치'
노트북 PC 화면에 보이는 챗GPT 웹사이트 [사진=로이터 뉴스핌] |
등장한지 네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 이미 채용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챗GPT 영향으로 기업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챗GPT를 이용한 자기소개서와 취준생이 직접 작성한 자소서를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자소서로 1차적으로 채용할 인재를 걸러 내는 서류 전형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빠르면 이달 중으로 상반기 사원 채용에 나설 예정인 만큼, 기업들이 챗GPT의 등장에 대처할 방식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내주 중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올해 상반기 공채 일정을 공고하고 채용에 나선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이달 중 상반기 대졸 신입 수시채용에 나설 예정이며, LG그룹은 LG전자를 시작으로 상반기 수시 채용에 나선다. 이외에 포스코그룹, LS그룹 등이 신입사원 채용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직무적합성검사(GSAT)의 변별력을 믿고 생성형 AI 사용 판별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같이 체계적인 채용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은 대부분의 기업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취준생들이 자소서 작성 과정에서 챗GPT를 이용할 경우 실력 있는 지원자를 걸러내기 쉽지 않아서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은 "챗GPT를 전문가라고 생각했을 때 전문가에게 자소서를 맡겨 높은 점수를 받는 건 당연히 불공평한 일"이라며 "챗GPT의 등장으로 전통적으로 기업들이 사용하던 모든 방법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채용을 하는 기업뿐 아니라 지원자들도 새롭게 생긴 이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챗GPT의 등장으로 그게 더 어려워졌다"며 "단순하게 자소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이상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을 고안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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