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A씨 "초상권 문제로 얼굴 가린 것" 주장
"사회적 평가 저하시킬 만한 표현 아냐"…무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람 얼굴을 가리기 위해 다른 표현 없이 개 얼굴 그림을 합성한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8년 4~6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B씨에 대해 '쌩양아치', '파렴치한 X', '사기꾼', '인간말종' 등이라고 말해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듬해 2~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C씨의 방송 영상을 올리면서 C씨의 얼굴에 개 얼굴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C씨를 모욕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B씨에 대한 일부 모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면서도 C씨에 대한 모욕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다른 모욕적 표현 없이 단지 개 얼굴 모양의 그림으로 사람의 얼굴을 가린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해자를 모욕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C씨에 대한 초상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개 얼굴 모양의 그림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개 얼굴 사진으로 가린 행위가 곧바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A씨가 개 얼굴 모양의 그림에 덧붙여 C씨를 개라고 지칭하거나 C씨를 모욕하는 내용의 효과음·자막 등을 추가해 사용하지 않은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최근 영상 편집·합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합성 사진 등을 이용한 모욕 범행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한 모욕도 언어적 수단을 사용한 경우와 비교해 차이가 없다"며 A씨가 효과음·자막을 사용하지 않은 사정을 무죄의 근거로 든 원심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영상이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표현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동물 그림을 사용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이 옳다고 봤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