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사회환원 앞서 작년 채무재조정 했어야"
"은행 자율 맡겼다가 지금 와 공공재 뒷북"
공공재는 국방·치안처럼 국가가 조세로 하는 것"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은행 공공재' 발언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등 금융권 초과이익세 도입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이자장사' 비판 역시 정부가 자초한 면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24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이 공공성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공공재'라는 얘기는 완전 틀린 말"이라며 "공공재는 국방, 치안처럼 국가가 조세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이어 지난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16조원과 관련 정부가 은행의 사회 책임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서도 말을 꺼냈다. 윤 대통령에 이어 금융당국이 은행들 사회환원을 강조한 발언이 국민들 사이에서 호응을 받고는 있지만 그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금융지주사들의) 16조 순이익은 애초 정부가 개인들에 대한 채무재조정에 나서라고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며 "지금 와서 공공성 얘기를 하는 건 '뒷북 때리기'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14일) 비생경제민생회의 당시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보고에서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의 부채가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은행권 자율로 한다'는 한 당시 비생경제민생회의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금융사고로 이어진 섣부른 금융규제 완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0.07.21 kilroy023@newspim.com |
전 교수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에 대해 충분히 검토 가능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부의 대응 방식을 문제삼았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소위 '성과급 잔치, 돈 잔치' 비난 여론전에 가세해 '은행 공공성'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에서 해당 법령이 '금융시장의 안정' 등에 이바지한다는 제1조 목적 조항을 고쳐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해외 사례처럼 금융 분야에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취지가 담겨 있다.
전 교수는 "은행에서 막대한 이익이 났다는 건 기준금리 인상 뿐 아니라 가산금리를 더 걷었기 때문인데 은행들이 공정했다면 이익도 손해도 없어야 했다"며 "유럽에서도 부과하는 횡재세는 은행의 과도한 초과이윤을 줄인다는 측면에선 생각할 수 있는 제도지만 채무자의 불이익을 생각하면 선제적으로 채무재조정을 했어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지금 와서 정부가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초과이익을 강제하는 건 번지수가 틀리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점 체제 해제에 이어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완전경쟁체제가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방안으로 스몰라이센스, 챌린저 뱅크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기능별로 은행 라이센스를 쪼개는 일종의 '스몰라이센스' 도입은 경쟁체제를 깰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챌린저 뱅크는 중소기업, 소매금융 등 특정 업무에 주력하는 특화은행으로 설립 주체가 핀테크 업체다. 디지털 금융을 기반으로 지점·인력 비용을 절감해 저렴한 수수료를 경쟁력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환전, 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은행, 보험, 가상자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영국의 '레볼루트(Revolut)'가 대표적인 챌린저 뱅크다.
전 교수는 "은행 과점을 깨고 완전경쟁을 간다고 하는데 은행산업에서 진입장벽과 퇴출장벽이 있는데 완전경쟁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면서 "스몰라이센스의 경우도 진입장벽을 완화하겠다는 건데 네이버 등이 은행에 진출하게 할 수 있게 특혜를 준다는 의혹들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인센티브라든지 공공성을 앞세운 대통령을 문제의식은 맞을 수 있지만 정책방향은 잘못잡힌 것"이라며 "은행의 공공재와 완전경쟁은 가장 문제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