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 초기부터 프레임 설정…최근엔 대선 패배 책임론까지
노웅래 이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부결 겹치면 '방탄' 프레임도 강화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이은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민주당에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데 성공했고, 이 대표 등 민주당은 '정치검찰'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검찰과 민주당의 '프레임' 전쟁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 시점과 맞물려 격돌하는 모습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뉴스핌] 김보나 인턴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2023.02.17 anob24@newspim.com |
◆ 李, 꾸준한 '정치보복' 프레임 강조
이 대표는 그동안 본인을 겨냥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 내지는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올 초부터 총 세 차례의 검찰 조사에 응하면서 이 대표가 내는 발언의 수위는 점차 올라갔고, 이후에는 본인이 대선을 패배했기 때문에 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날 "야당 대표니까 영향력이 많아서 구속한다고 써 놓은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검찰이 낸 영장청구서에 이같은 내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항목에서 검찰이 지적한 것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이 지속해서 진실 은폐, 즉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향후에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또 검찰이 관련자 한두 명의 진술에 의존해 본인을 수사하고 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인적·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의 측근 수사 때도 민주당에선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검찰이 아닌 법원에서 이들의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하고 영장을 인용한 것"이라며 "결국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인데 검찰이 수사만으로 정적 제거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건에 연루된 인물 여럿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유동규의 휴대전화 증거인멸 시도부터 정성호 의원의 측근 면회까지 부적절한 정황이 여럿 있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라며 "개인 의혹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당 전체로 끌어들이는 모습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의 이같은 반발을 검찰이 일부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대선 정국 이후 민주당이 이 대표 관련 수사의 대척점에 세운 사람은 김건희 여사"라며 "이 사건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최근 '50억 클럽' 부실수사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한다는 민주당의 프레임이 계속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김보나 인턴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17 anob24@newspim.com |
◆ 檢, 체포동의안 표결로 민주당 '방탄 정당' 프레임 강화
상대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이 부족한 검찰은 수사 절차상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부정적 프레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검찰 소환조사와 구속영장 청구가 그것들이다. 검찰에 소환하는 것만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세 번의 검찰소환 모두 비공개 출석이 아닌 공개 출석을 선택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부담스러운 검찰 출석을 본인의 메시지를 내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에 쓰인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은 검찰 수사에 득이 되는 상황이 됐다. 앞서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영장심사 자체를 막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노 의원 전 다른 세 명의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는 점에서 비판 강도가 거셌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노 의원과 마찬가지로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아울러 검찰은 여전히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 등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사안의 중대성 등만을 고려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즉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발견할 경우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피의자의 신분이나 체포동의안 예상에 따라 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검찰이 지금까지 한 말과 대치되는 것"이라며 "혐의 발견하면 이후에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의원에 이어 이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까지 부결하고, 향후 예상되는 체포동의안도 부결할 경우 민주당을 향한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은 더욱 강화되고 비판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 대표 수사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이 사건은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아닌 성남시장 재직시절 비리에 대한 수사"라며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청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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