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대표 류씨 징역 30년·벌금 62억여원
"피해자 개인 운명과 미래 나락에 빠뜨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서울 구로동에 지역주택조합을 짓겠다며 400명이 넘는 서민 무주택자들로부터 계약금 24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로지역주택조합 사건' 일당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이 고소한지 2년 7개월 만에 나온 1심 결과다.
서울남부지법 합의13부 이상주 판사는 15일 오후 열린 선거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등 혐의로 기소된 구로지역주택조합 전 업무대행사 대표 류모(60) 씨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62억19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직 조합추진위원장 이모(80) 씨는 징역 12년과 벌금 550만원을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배상을 신청한 피해자들에게 각각 보상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조합원 모집대행사 대표 한모(62) 씨에겐 7년을 선고했다.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사기 범행은 열악한 주거환경 등으로 인해 주거 여건이 좋은 새 아파트를 원하는 열망이 큰 사람들에게 지역주택조합 토지사용권한 확보율을 기망해 재산의 상당부분을 편취해 범행 수법 등 비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3년에 걸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402명의 피해자들의 피해액이 206억원을 초과한다"며 "근로소득이나 대출 등을 통해 조합 가입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경제적 처지를 보면 피해자 개인의 운명과 미래를 나락에 빠뜨릴 정도로 중대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4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증인으로 참석해 좌절감과 정신적 충격, 가정불화와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 및 자살시도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생생하게 호소하고 있다"며 "그런데 피고인들은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이 없고 용서 받지도 못했다.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들에 대한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법정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소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법정 직원의 제재에도 일부 피해자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피해자들은 1심 선고 직후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이번 판결은 법의 사각지대를 악 이용한 범법자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무거운 처벌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을 하는 관련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재판부 판단을 환영했다.
류씨 등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구로동 일대에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해 477명으로부터 계약금 239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역주택조합 설립을 인가받기 위해선 주택건설대지 면적 80% 이상의 토지사용권원을 확보해야 하며, 사업계획을 승인받기 위해 토지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토지사용승낙서 모집율과 토지매입율은 이 같은 기준엔 현격히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가능한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2018년 기준 실제 토지사용권원이 확보된 토지는 20~30%에 그쳤고, 토지매입율은 3%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류씨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하고 66억7710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씨에겐 징역 20년과 23억9610만원 추징을, 한씨에겐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