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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⑧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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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스웨덴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종종 회기 중 스웨덴 의회를 방문하곤 한다. 방청석에서 내려다본 의회 본회장 풍경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당대표가 연설하거나 대정부 질문을 던지는 단상은 의장석과 바닥 수준이 같아, 단상에 서서 당대표가 연설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의장은 고개를 들어 시선을 위로 향해 보아야 한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의장도 국민이 뽑은 의원 중 한 사람일 뿐 높은 자리에 앉아 군림하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국민을 대표해서 연설하는 당대표, 의원들의 연설을 앉아서 경청하는 의장의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실천하는 숨겨진 그림이다.

떠나는 지도자를 위한 정적의 고별사

치열한 경쟁자도 떠날 때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 주는 것이 모든 승부의 세계다. 정치적 맞수도 떠나는 당대표에게는 경의를 표하는 것이 정치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11년 동안 당대표직을 마치고 정계를 떠나는 중앙당 안이 뢰프(Annie Lööf)와의 마지막 의회토론은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안겨 주었다. 국영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토론은 뢰프가 의회 내 당대표 7명을 상대로 번갈아가며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평상시 같으면 신랄한 질문과 답변으로 불꽃 튀는 정책 논쟁이 오갔겠지만, 이 날 만큼은 그동안 함께 했던 정치적 경쟁자에게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함께 끈끈한 정책 공조를 이어 왔던 사민당 전 총리를 시작으로 한 명씩 나와 그동안 당대표로서 경쟁하며 정책논쟁을 이끌어 왔던 파트너를 떠나보내는 진한 아쉬움을 전하는 순간이었다. 포옹과 함께 각자 준비한 선물을 전하는 모습이 정겹다. 이날의 클라이맥스는 그동안 앙숙 관계를 유지해 왔던 지미 오케손(Jimmi Åkesson) 스웨덴 민주당 대표의 고별사 때였다. 평상시 두 사람은 현란한 레토릭으로 창과 방패의 싸움을 불사했으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오케손의 고별사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안이 뢰프는 토론장에서는 저의 정적이었습니다. 때로는 얼굴이 붉힐 정도로 강한 논조로 서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지요. 사상적 차이와 가치의 차이로 정치적으로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지만, 우리나라의 정치를 역동적이고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국가를 위해 각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고 심판을 받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우리의 논점은 극과 극의 위치에 있지만 국민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자평 합니다. 그동안 나눈 멋진 토론들, 저의 마음을 찌르는 아픈 표현들까지도 감사를 드립니다. 한 명의 훌륭한 토론 파트너를 떠나보내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당분간 쉬면서 독서의 시간이 많을 것 같아 "자유주의적 민족주의"라는 신간을 선물로 드립니다. (오케손의 스웨덴 민주당은 극우정당으로 스웨덴 민족주의의 신봉자다. 뢰프는 자유주의 신봉자다.) 나중에 이 책을 주제로 꼭 토론을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023. 1. 26 의회 고별사)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책을 건넨다. 이 고별사를 받아 뢰프는 이렇게 답한다.

"저도 분명 오케손과 함께 했던 뜨거운 논쟁이 그리울 겁니다. (모두가 웃음) 우리 둘은 정치적 토론에서는 매서운 경쟁자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정치를 벗어나서는 아이를 키우는 같은 부모로서 육아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이기도 했지요. 함께 했던 토론에서는 날카로운 설전으로 서로의 다름을 매번 확인했지만 같은 지역구 출신으로 서로 좋은 정책토론을 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얼굴에는 맑은 웃음과 장난기가 물씬 풍기는 답변으로 동료 의원들에게 무겁기만 하던 정책토론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이 잔잔한 에피소드는 국영텔레비전 SVT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었고 동영상 인터넷 뉴스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저녁 뉴스에도 이 고별사는 다시 전파를 타고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떠나는 지도자의 연설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은 더 큰 여운을 남겼다.

스웨덴 중앙당 당대표 안이 뢰프(Annie Lööf) [사진=Annie Lööf 트위터 캡쳐]

설득의 핵심은 무엇일까?

정치는 정책의 경쟁이자 설득력의 경쟁이다. 조나단 채터리스-블랙(Jonathan Chateris-Black)은 그의 2011년 연구 '정치인과 레토릭'에서 효과적 설득을 위한 4가지의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힘 있는 설득은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스토리보다는 청중(국민) 일부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스토리는 설득의 기초를 만들고 형식을 구성하는 뼈대의 역할을 한다. 둘째, 공감을 이끌어 내는 힘이다. 청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나도 당신이 느끼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와 닿지 않으면 청중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공감능력은 감성능력과 맞닿아 있다. 셋째, 논리적 설득력이다. 이것은 주장의 논거를 뒤 받쳐 주는 설명자료, 구체적 사례, 일반적 근거(이론이나 규칙성), 확률 및 개연성들로 체계적으로 보여 주어야 힘을 가진다. 넷째, 좋은 의도와 방향성이다. 당신에게 좋은 것, 그리고 당신의 자녀에게 좋은 것 뿐 아니라 윤리적이며 도덕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 주는 것이다. 노예해방은 인간의 자유, 평등, 정의에 부합되는 것이라는 것을 주장해 관철시킨 링컨의 핵심논거다. 이러한 보편적 가치와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임을 보여 주지 못하면 논쟁에서 열세에 몰리기가 쉽다. 이 네 가지를 모두 결합해 "나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곧 설득의 핵심이다.

설득력은 수사학적 표현 혹은 다양한 문학적 표현으로 담아낼 수 있을 때 더 큰 힘을 얻는다. 연설의 대가로 꼽히는 윈스턴 처칠과 넬슨 만델라, 버락 오바마, 존 에프 케네디와 같은 지도자들의 연설을 분석해 보면 핵심질문(question), 유추(analogy), 비유(simile), 은유(metaphor), 평행적 대치(parallel), 반복(repeat), 암시(allusion), 일화(anecdote) 등의 수사학적 기법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잘 짜인 연설과 토론은 듣는 사람에게는 진한 감동을 주고,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힘을 주며, 아픔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국제적 지도자들은 그 들의 임기 중 이룬 치적 뿐 아니라 연설이 주는 메시지, 감성, 목소리, 제스처 등의 울림이 우리 마음속에 오래 간직된다.

스웨덴 의회에서 진행되는 총리의 시정연설, 당대표 토론, 대정부 질문 등을 설득의 논리와 레토릭으로 분석하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설득력이 강하고 약한지, 누가 더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런 연설과 토론을 자주 접하는 청소년들은 학생회장이나 학급반장 선거 연설들도 더욱 풍성해진다. 사회 전반에도 토론의 문화가 확산되어 사회적 분위기는 경청, 존중, 상대방 인정이라는 고도의 시민정신으로 승화된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좋은 논쟁과 연설은 국민의 정치적 식견을 더 살찌우고 토론의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정치는 사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모든 것은 정치로 수렴된다. 그 중에서 국회는 모든 정치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그곳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새로 만드는 것도, 없애는 것도 국회에서 이루어진다. 이익집단 간에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사안을 법을 통해 해결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방치되어 있어 갈등을 더 증폭시키기도 한다. 국회에서 다뤄지는 정책 내용은 국민생활과 직결되고 이익집단, 지역, 계층별로 손익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득의 기술과 논리, 감성, 가치를 가지고 경쟁할 때 두 진영이 합의를 보지 못하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좌파와 우파의 논리가 아니라 국가의 공동이익을 다루는 정책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예를 들어 미래세대에 엄청난 영향을 줄 안보, 연금, 기후변화, 환경, 선거제도, 권력구조 개혁 등과 같은 국가 이슈는 국회에서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다음 선거에서 패배해 추진했던 정책이 중단되면 국력의 손실 뿐 아니라 국제적 파장과 국내적 해결 능력의 부재와 갈등으로 국력이 크게 쇠퇴하거나 존립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스웨덴 민주당 당대표 지미 오케손(Jimmi Åkesson) [사진= 유튜브 채널 Skolvarlden 캡쳐]

세 가지 중대한 국가이슈를 여야·좌우 공조로 헤쳐 나간 스웨덴

스웨덴은 1991년 재정위기가 찾아 왔을 때 실업율의 증가에 따른 세금의 급격한 감소와 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가 함께 도래하면서 미래 연금고갈 문제에 봉착했다. 1960년 연금개혁 당시 3퍼센트 내외의 실업율, 3퍼센트 내외의 경제성장율, 출산율 2.3~2.4로 미래 노동력을 산출해 연금수급 능력을 예측하고 운영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인구 20퍼센트 이상의 고령자 사회로 진입하고 2.0 수준의 출산율로 떨어지면서 30년 전에 계측 했던 것 보다 빠른 연금 고갈이 현실적 문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연금문제는 현 세대에 그치지 않고 미래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대갈등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사안이고, 정당들에게는 인기 없는 정책을 밀어 붙이다가 선거패배에 직면할 수 있는 문제였기에 선뜻 나서는 것이 큰 부담인 상황이었다.

1991년 재정위기의 상황은 정당 간 협의의 장을 열어 주었고, 이때부터 미래문제에 대한 여야의 공조체제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1991년 5개 정당 합의로 첫 단추를 꿰고 1994년 사민당과 우파 4개당이 여야협의체(pensionsgruppen)를 구성해 매년 연금개혁을 위한 국가로드맵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7년 기초연금의 수령액 삭감, 이민자의 경우 40년 이상 거주한 경우 100퍼센트 기초연금 수령 자격을 부여하고 거주기간에 따라 비율이 결정되도록 했다. 조기연금수령 연령도 60세에서 62세로 늦추고 65세 자동수령 연령도 67세로 조정하는 등 연금그룹의 활동으로 지속적 연금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합의가 지속적으로 도출되고 있다. 이 연금여야협의체는 여전히 작동되고 있어 30년간 이어지고 있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로 국방공조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스웨덴은 중립외교의 한계와 문제점에 봉착했다.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게 군사지원을 결정하면서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국가를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중립외교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스웨덴의 신속한 무기제공의 천명으로 나토회원국들과 함께 러시아의 공동의 적으로 적시된 것이다. 당시 총리였던 마그다레나 안데손은 전통적으로 서방 군사동맹인 나토에 반대 입장이었던 당 노선을 바꾸기 위해 당전국위와 중앙위에서 추인을 받고 나토가입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다음 순서로 야당대표들을 초치해 스웨덴 나토가입 문제에 대한 입장들을 조율해 공동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나토가입에 외교주권의 침해라는 입장을 관철했던 좌파계열 두 정당이 반대했지만, 의회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해 정부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안데르손 총리는 나토가입 신청서를 낸 후 옵저버 자격으로 나토 겨울 훈련장에 참관할 할 때 야당 대표와 함께 참여할 것을 권유해 관철시켰다. "국방과 안보문제는 여와 야가 따로 없습니다. 야당도 여당이 되면 곧 국가를 이끌어 갈 정당입니다" 안데르손 총리의 야당대표 초청인터뷰 내용이다. 야당 대표인 울프 크리테르손(Ulf Kristersson)은 국가의 생존을 다루는 국가안보와 국방문제에 여야가 없다는 일성으로 함께 나토훈련장에 참가했다. 스톡홀름에서 총리전용기를 함께 타고 동계훈련장인 노르웨이까지 함께 날아갔다. 스웨덴 참가군 앞에서 두 정치인이 연설하는 모습을 TV 앞에서 지켜보는 국민들은 여야의 공조와 상생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세 번째로 코로나 대응을 위한 공조체제다. 2019년 시작된 코로나가 전국에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사민당 정부는 모든 정당 대표와 함께 영업제한과 집회금지 등의 시장 활동 제한과 일시적 인권침해 등에 대해 국가가 한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코로나법 제정을 위해 그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총리실에 속속 모여 드는 야당대표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코로나와 같은 국가위기에는 여야가 없습니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전적으로 믿겠습니다" 코로나법은 모든 정당들의 동의를 얻어 만장일치로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노인시설에서 빠른 전파로 인구수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도 야당은 정부의 조치에 대한 비난보다는 국가의 위기에는 여야가 없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의 위기에 여야 정치인들, 특히 여당의 노력과 야당대표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특히 정부에 항상 날 선 비판의 날을 세웠던 스웨덴 민주당 지미 오케손 대표조차 정부와 함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특별담화 형식으로 표명하는 등 국가의 위기를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극복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동참했다.

[출처=게티이미지]

사회적 갈등의 심화는 결국 정치의 실패

사회적 갈등을 정치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면 분열과 폭력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갈등은 정치에서 시작된다. 여야의 협치가 필요한 분야는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첨예한 정책이슈는 본회의에서 레토릭과 설득의 기술을 이용해 여야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주면 정책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정치에서 갈등의 원인을 미리 제거해 주면 국민은 일상의 삶을 평온하게 살아 갈 수 있지만, 정치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사회에 던져 놓으면 주말거리는 온통 진영 간 대립의 장이 되고 만다.

정치에서 사회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능력의 부재도 문제이지만 분열과 갈등을 오히려 조장해 생기는 이익에 편승한 정치는 더욱 위험하다. 지역감정을 이용한 정당의 결속과 선거독식을 위해 선거제도개혁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는 분열과 갈등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을 넘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기 때문이다.

격조 있는 정치는 사회의 격조를 높이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다. 국회법의 절차에 따른 예산심의, 상임위의 정책토론과 의결절차에 따른 본회의 상정, 여야대표들의 연설과 대정부 질문 등의 과정은 국가의 격조를 결정하는 요소이자 국민의 정서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중요한 교과서의 역할을 갖는다. 국회에서 피켓이 난무하고, 몸싸움과 상대방 비하의 표현이 TV를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되고, 삿대질과 고함, 집단퇴장과 비아냥의 모습은 국민들이 육상릴레이 하듯 바톤을 이어 받아 주말시위정치로 이어진다. 이런 민간행사에 정치인들이 함께 참여해 상대정당을 비난하기도 한다. 절대적으로 잘못된 행위다. 정치인의 일하는 자리는 국회 본회의, 상임위, 그리고 의원세미나실, 국회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말의 능력으로 설득하고, 설득 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치인에게는 좋은 설득기술을 익히기 위해 스스로 연마하는 노력이 필수다. 정책을 공부해야 토론의 근거를 강화할 수 있다. 해외 정책 사례를 알아야 논쟁에서 국민에게 좋은 예를 소개할 수 있다. 정치인의 토론은 국민에게 좋은 공부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만큼 국민의 정치지식을 살찌우고 국민의 토론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국가를 중심에 두어야 여야 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 여와 야, 좌와 우의 간극은 국가의 이익 앞에서 아무 의기가 없기 때문이다. 두 마차가 전 속력으로 마주보며 달리면 결국 국민만 파탄된다는 것을 스웨덴의 상생의 정치, 여야가 없는 정치, 설득의 정치가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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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AI 반감' 급속도로 확산"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인공지능(AI)의 성지인 미국 안에서 대중들의 AI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18일 보도했다. 고용 불안과 전기료 상승에 대한 불만, 자녀 교육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이 한데 버무려지면서 AI 산업의 고속 성장세가 무색할 만큼 AI에 반감을 드러내는 저항군들의 기세가 급속도로 자라나고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 미국 대중들의 AI 반감...중간선거 이슈로 부상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에릭 슈미트는 최근 AI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애리조나대 졸업식 연설자로 나선 슈미트가 연설을 이어가던 중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설파하는 대목이 나오자 학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AI가 인간 삶을 더 나은 쪽으로 이끌 것이라는 빅테크 업계의 주장 혹은 낙관과는 판이한 민심이다.  지난달에는 텍사스의 20세 남성이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의 자택에 화염병을 투척한 사건도 있었다. 그는 오픈AI의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도 위협 행위를 벌인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시의원인 론 깁슨의 경우 데이터센터 건립안 승인 후 자택 현관문에 13발의 총구멍이 나는 것을 경험했다. 현관 매트 아래에는 "데이터센터 반대(NO DATA CENTERS)"라는 메모가 나왔고, 이틀 뒤에도 'F'자로 시작하는 욕설이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AI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가 진행한 최근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미국이 AI 혁신을 가능한 한 더 빠르게 가속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대략 절반만 호응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동네의 민심은 더 흉흉하다. AI발 전력 수요 증가로 전기요금이 오르자 '이런 민폐도 없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주리주 페스터스에서는 시의회가 6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승인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유권자들이 시의원 4명을 전원 축출했다. 메인주에서 애리조나에 이르는 여러 주의 지자체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을 금지하는 조례안 제정이 진행되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前) 알파벳 회장 <출처=블룸버그> ◆ 일자리 불안·교육 불신이 만든 피로감 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은 언론 지상을 통해 시시각각 유권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여러 기업들에서 감원 소식이 잇따르자 AI 자동화가 결국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대량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노동자들 사이에서 늘고 있다. 학부모와 교육계에서는 AI가 교육의 질을 훼손하고,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걱정이다. AI를 이용해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학생들의 일상이 되면서 'AI는 점점 똑똑해지는데 아이들은 갈수록 바보가 되어 간다'고 학부모들과 교육 종사자들은 한탄한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유해 콘텐츠(성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 때문에 내 아이가 오염될까 걱정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이런 불안이 누적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AI가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자녀 세대의 미래까지 맡길 수 있는 기술인지는 의문"이라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대중의 불만이 쌓이면 정치를 움직이고 규제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마가(MAGA) 진영 내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실리콘밸리 출신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가을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전통 마가 지지층인 백인 블루칼러와 뒤늦게 마가와 결탁한 실리콘밸리의 규제 해방론자들 사이에 반목 또한 커질 수 있다. 메타플랫폼스 AI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리 집 뒷마당에는 No...빅테크 여론전 나서 대형 AI 기업과 인프라 사업자들의 경우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섰지만 지역사회 반발이라는 벽 앞에 가로막힐 때가 적지 않다.  해당 동향을 추적하는 '데이터센터 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사회의 반대로 차단됐거나 지연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최소 48건, 사업비 규모로는 총 156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만 지역 사회의 반발로 취소된 프로젝트는 20건에 달해 분기 기준 가장 많았다. AI 인프라 컨설팅업체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 CEO는 "몇 달 안에 오픈AI와 앤스로픽을 겨냥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며 "사람들은 AI를 싫어한다. AI의 인기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이나 정치인보다도 낮다"고 꼬집었다. 민심이 나빠지자 AI 빅테크들은 여론전과 정치권 로비에 수억 달러의 자금을 들이고 있다. 전력 사용료를 더 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데이터센터는 많은 일자리와 풍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홍보전도 병행 중이다. 오픈AI의 글로벌 대외 담당 책임자인 크리스 리헤인은 "AI를 두려움의 관점에서 쉼없이 이야기하면 당연히 두려움을 증폭시키게 된다"며 "에너지 비용과 아동 보호 등 구체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 왜 이 기술이 국가와 세계에 이로운지 더 정교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이미지 = 배상희 기자] osy75@newspim.com 2026-05-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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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균 월급 1200만원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 임직원의 올해 1분기 평균 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급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실적 회복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반영되면서 임직원들의 급여 수준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임직원(등기 임원 제외)의 1인당 평균 보수는 약 3600만 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달 1200만 원 안팎의 급여를 받은 셈이다. 이 같은 급여 수준은 동일한 방식으로 추산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07만~3046만 원과 비교해 25% 넘게 뛴 수치다. 지난 2023년 대비 2024년의 증가율이 11.6%였던 점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2배 이상 높았다. [자료=한국CXO연구소] 이번 분석은 공시 제도 변경에 따른 급여 공백을 추산하는 과정에서 도출됐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서식 규칙 개정으로 지난 2021년까지는 분기별 임직원 보수 현황 공시가 의무였지만, 2022년부터 반기와 사업보고서 등 연 2회만 공개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1분기와 3분기 급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소는 과거 1분기 보고서상 성격별 비용상 급여와 임직원 급여 총액 간의 비율이 76%~85.5% 수준으로 일정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 수치를 산출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별도 재무제표 주석상 성격별 비용-급여 규모는 5조6032억 원으로 파악됐다. 작년 1분기 4조4547억 원에서 1년 새 1조1400억 원 이상(25.8%) 늘어난 규모로, 삼성전자가 1분기 성격별 비용에 해당하는 급여액이 5조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급여 규모 자체는 크게 증가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은 오히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산출 과정에선 올 1분기 성격별 비용상 급여(5조6032억 원)에 과거 급여 총액 비율의 하한선인 76%를 적용하면 급여 총액은 4조2584억 원, 상한선인 85.5%를 대입하면 4조7907억 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올 1~3월 국민연금 가입 기준 삼성전자의 평균 직원 수인 12만5580명을 대입하면 임직원 1인당 보수는 3391만~3815만 원(월 1130만~127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연구소는 두 비율의 중간 격인 81%를 적용해 평균 보수를 3600만 원 내외로 최종 추산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는 월급보다 성과급 영향력이 큰 회사이기 때문에 올해 1분기 평균 급여도 이미 지난해보다 25% 이상 늘어 성과급 제외 기준으로도 1억4000만 원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며 "성과급까지 반영되면 연간 보수는 앞자리가 달라질 정도로 한 단계 더 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 소장은 "2022년 이후 분기 보고서 의무 공시 항목이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은 경영 투명성 차원에서 직원 수와 급여 현황 등을 자율 공개하고 있다"며 "투자자와 주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의무 공시를 다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 2026-05-1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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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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