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페터 바이엘 첫 회고전 개최
아라아트센터,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선봬
미디어 철학·사회와 연결성 등 다양한 메시지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세대 미디어아트 예술가들의 전시가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ZKM예술미디어센터를 이끄는 페터 바이벨(79)의 한국 첫 회고전 '페터 바이벨:인지 행위로서의 예술'을 서울관에서 3일부터, 아라아트센터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미구엘 슈발리에(64)의 개인전 '디지털 뷰티'를 지난달 18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캔버스와 안료 등을 사용해 미학을 추구하는 회화와 달리 사진, 비디오, 영상 등 대중 매체와 신기술을 활용해 기획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관람객과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특징이 있다. 이번 페터 바이벨전과 미구엘 슈발리에 전시에서도 관람객이 직접 작품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베른트 린터만, 페터 바이벨, YOURCODE, 2017, 인터랙티브 컴퓨터 기반 설치, PC 4대 (리눅스, 사용자 지정 소프트웨어),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 심도 카메라 4대, 스크린 4대, LED 조명, 거울, 오디오 제너레이터,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장비. ZKM 컬렉션. ©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 센터 (ZKM) 사진 Felix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02.02 89hklee@newspim.com |
페터 바이벨전과 미구엘 슈발리에전이 같은 기간에 열리면서 관람객은 두 거장의 작품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두 작가 모두 기술과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고 관람객의 체험을 유도하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페터 바이벨은 철학가로서의 면모를, 미구엘 슈발리에는 회화적 표현의 강조를 엿볼 수 있다.
페터 바이벨은 1960년부터 예술가이자 큐레이터, 철학가, 이론가로 활동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을 주장하는 미디어철학가 마셜 맥루한과 뜻을 함께한다. 그는 "미디어는 우리의 감각기관의 연장이자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인터페이스"이며 "미디어아트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관점과 세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그의 작품 'YOU:R:CODE'는 거울과 4대의 PC모니터에 설치된 기기 앞에서 키, 몸무게 등 데이터가 표시가 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바코드를 생성한다. 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가 형성되는 작품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우리가 일종의 코드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시각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이어지는 '관찰을 관찰하기:불확실성'이라는 작품은 카메라 3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뒷모습만 비추는데, '관찰자가 자신의 관찰을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인간 지각 장치의 한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시선을 끈다.
의학과 수리논리학을 수학하고 시인으로도 활동한 그는 '언어'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물론, 여기에는 디지털 언어도 포함이다. 그는 시대가 달라지면서 단축되는 언어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작품 '알파벳 스페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든 도구로 알파벳을 그릴 수 있는지 실험하는 작품이다. 물체를 들고 스크린 앞에 서 있으면 문자가 저장되면서 스크린 오른쪽에 나타난다. 이 방식으로 텍스트를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체험자는 이내 이 도구로 텍스트 작성이 쉽지 않음을 곧 깨달으면서 언어의 함축성과 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미구엘 슈발리에 전시장 전경 [사진=아라아트센터] 2023.02.09 89hklee@newspim.com |
아라아트센터에 소개된 미구엘 슈발리에의 작품은 디지털 화면에 다양한 색으로 물들이는 회화를 관람객과 함께 그려가는 경험을 선사한다. 그의 작품에는 과감한 색이 쓰이고 기하학, 그리고 다양한 이미지 조각이 넘실거린다. 파리 국립미술학교와 국립 장식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파르 소르본느 대학에서 예술과 고고학을 전공한 미구엘 슈발리에의 결과물들이다. 미구 슈발리에는 1978년부터 컴퓨터 기술로 대형화면에 표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어 사람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센서, 로봇 드로잉을 더했고 기술을 예술에 접목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얼굴인식 기능이 있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방문객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기계의 눈'과 '머신 비전' 등이 있다. 아라아트센터의 장소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14m 높이의 초대형 작품 '디지털 무아레'는 1950~60년대 옵아트(기하학적 추상에 색과 원근감을 조정한 시각 미술)에 영감을 받아 재현한 작품으로 거대한 규모와 패턴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미술뿐 아니라 고고학도 공부한 그는 역사와 인간, 연결, 세상과 소통에도 관심이 깊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이 세상에서 맺고 있는 온·오프라인 관계, 연결성, 국제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그중 작품 '꽃'을 통해서는 인간의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을 표현하고 있다. 관람객은 작가가 디지털 화면을 통해 비추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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