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최근 주취자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들에게 책임이 쏠리고 있다. 일선에서는 '주취자 메뉴얼이 애매한데다 사고 발생시 결과론적으로 해당 경찰관에게 모든 과실이 돌아간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경찰청 [사진=뉴스핌 DB] |
9일 경찰청이 발간한 '2021년 보호조치 업무 매뉴얼'을 확인한 결과 주취자는 '단순 주취자'와 '의식 없는 만취자'로 나뉘어졌다. 전자의 경우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며, 경찰이 귀가를 권유하거나 필요시 연고자를 확인하도록 돼있다. 후자의 경우 발견시 119나 112에 연락해 응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음주 상태 및 부상정도 확인' 조치에는 별 다른 설명이 적혀 있지 않았다. 또 단순 주취자 하단에는 '도로변에 누워 졸고 있는 경우', 만취자 하단에는 '술에 만취해 쓰러져 있는 경우'라고 부연돼 구분이 모호하단 지적이다.
경찰 간부 A씨는 "단순 주취와 만취를 구분하는 구체적인 알코올 농도가 따로 없다"며 "판례 기준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B씨도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주취자 행동을 보고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며 "멀쩡해보이다가도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갑자기 필름이 끊기거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취자를 매뉴얼상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주취자 부실 대응 논란으로 경찰들이 입건된 사건에 대해 일선서에선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만취 상태인 남성을 주거지 계단에 두고 갔다 한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매뉴얼에도 주거지로 귀가 조치하라고 돼있을 뿐 집 대문까지인지, 현관문 안까지인지 따로 나와있지 않다. 특히 다세대주택은 상세호수를 찾는 과정부터 힘들다"며 "똑같이 조치해도 사고 결과에 따라 책임이 돌아오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구대장 C씨는 "주취자가 '괜찮다'고 했을 때 돌려보냈다가 사고 나면 경찰 책임, 인근 지구대·파출소로 데려가면 공권력 행사 항의가 들어온다"며 "요즘 주취자 대응에 우리 목숨이 달려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주취자 대응 비판이 이어지면서 개선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경찰청은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TF'를 구성해 주취자 유형을 세분화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주취자 보호시설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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