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가보니
이재민 호텔 숙박 이날 만기…구체안 미정
보상 방식 두고 주민 간 이견차도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지난 20일 화재 이후 이재민들이 생기면서 구룡마을 주민들과 지자체의 해묵은 거주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자체는 앞서 이전한 구룡마을 주민 500여 세대와 같이 이재민에게도 임대 아파트로의 이전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민들은 "그래봤자 영원한 임대"라며 '정부주도 개발 후 특별공급'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서울 전역에 폭설이 내린 다음날 구룡마을 화재 현장. 검게 그을린 물건 등이 눈에 뒤덮여 있다. 2023.01.27 mkyo@newspim.com |
화재 이후 일주일만인 이달 27일 방문한 구룡마을은 잇따른 한파와 폭설에 방치돼 있었다. 새까맣게 타버린 가재도구와 철물,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 위로 눈이 쌓이면서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번 화재로 갈 곳을 잃은 이재민들은 강남구청이 마련한 인근 호텔에 머물렀지만 그 마저도 이날로 만기됐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서울시, 강남구청은 이들을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임대아파트로 인도했고, 일부는 이전했지만 또 다른 일부는 어떻게든 마을에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겠다는 이들은 결사항쟁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화재 현장이 끝난 구룡마을은 입구에서부터 '임대가 웬 말이냐? 분양 아니면 죽음을 달라', '원주민 철거 보상 정책은 임대 아닌 특별공급으로 보상하라'는 현수막이 대거 걸려있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구룡마을 입구. 재개발에 따른 임대 보상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붙어있다 2023.01.27 mkyo@newspim.com |
구룡마을 거주민 최모 씨(71)는 '2016년'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가리키며 "몇 년 전에는 임대 후 분양을 하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는 지난 2016년 11월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재지정하고 2022년 착공, 2025년 사업 완료를 하겠다고 공시했다. 공공임대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보상에 대한 의견 차이로 개발은 멈춰 있는 상태다.
최씨는 "우리는 여기서 30년도 넘게 살고 있는 70~80 먹은 노인들이다. 그 작은 임대아파트 들어가서 살 바에는 여기서 남은 생을 보내고 갈 생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상 방법을 두고는 주민들 간에도 의견이 갈렸다. '임대 후 분양 전환'부터 '저렴한 평당 택지수용가로 인한 직접 매각' 등이다.
SH공사 측은 "법과 규정에 따라 보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곳에서 25년을 살았다는 이태원(73) 구룡마을 협의회 회장은 SH의 입장을 기자에게 설명하며 주요 원인을 '전례'로 꼽았다. 화재와 수해에 취약한 구룡마을은 지난 2009년부터 최소 16차례 달하게 발생했는데 이 때 발생한 이재민들 중 일부는 이미 지자체 방침에 따라 임대아파트로의 이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현재 구룡마을에서 SH공사가 제공한 임대주택으로의 임시 이주 가구는 437가구다.
이 회장은 "구룡마을 화재 이후 화재민들 전부 (임대아파트로) 이주했다. 그 전례를 바꿀 수가 없다"며 "그 전에 화재 난 사람들은 임대아파트로 갔는데 왜 유달리 지금 화재 난 사람들은 집을 지어주고 살게 하느냐 그런 얘기가 나오니까(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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