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목재로 지어진 '구룡마을' 판자촌
크고 작은 화재 반복돼...피해만 커져
시-주민 간 접점 못 찾아..."획기적 방법" 필요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큰불이 났다. 판자촌 특성상 불에 취약하지만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화재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지구에서 불이 났다. 화재로 가건물 형태의 주택 약 60채가 불에 탔고, 총 2700㎡가 소실됐다. 44가구에서 이재민 62명이 발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0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01.20 pangbin@newspim.com |
소방당국과 강남구청은 4·5·6지구 주민 약 500명을 대피시키고 불길이 인근 구룡산 등지로 번지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하고 진화작업을 진행했다.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그동안 구룡마을에선 크고 작은 화재가 계속 발생했다. 지난 2014년 11월엔 큰 화재가 나 주택 16개동이 불에 탔고,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2017년 3월에도 가스 히터에서 불이 났고, 2022년 3월엔 화재로 주택 3채가 소실됐다. 이 외에도 수십 건의 자잘한 화재가 일어났다.
구룡마을 화재의 주요 원인은 낡은 건물 등에서 발생하는 누전 현상 등이다. 특히 비닐과 합판, '떡솜'으로 불리는 단열재로 지어진 판잣집이 붙어있고 전선이 얽혀 있어 화재 위험이 높고 피해도 크다.
소화기 1100대가 비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이 잘 붙는 소재로 집이 지어져 있고, 작은 불씨도 금방 옮겨붙을 수 있는 구조로 화재 진압조차 쉽지 않다.
취약한 환경에도 불구 이 같은 화재가 반복되는 이유는 재개발에 대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도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형태를 제안했지만, 주민들은 임대가 아닌 분양권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시는 법적으로 무허가 주민들에게 분양권을 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구룡마을은 기존 관행이나 제도로 해결할 수 없고,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시가 관련 대책을 찾는 데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화재로 강남구는 이재민들이 임시로 머물 호텔 4곳을 마련했다. 앞서 오 시장은 화재 이후 "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이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방당국은 20일 오전 6시28분께 발생한 화재로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원 140명, 장비 43대, 소방 헬기 등을 투입해 불길을 잡았다. 오 시장은 화재 보고 직후 유창수 행정2부시장 직무대리, 최진석 안전총괄실장과 함께 현장에 7시 20분경 도착해 현장을 지휘했다. 시는 '인근 주민은 신속히 대피하고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긴급문자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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