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신통기획 계획안 14년전 '전략정비'계획으로 유사
압구정도 50~60층 허가 대신 40% 가까이 공공기여 예상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그동안 성냥갑 아파트에 막혀 사유화 됐던 한강변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한강변의 스카이라인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겠습니다"
정확히 14년 전 2009년 1월 한강 선유도 공원에서 당시 48세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했던 '한강 공공성회복 선언'이다. 서울항 조성, 수상택시, 세빛 둥둥섬을 비롯한 한강르네상스로 시작된 오 시장의 '한강 프로젝트'는 공공성 회복선언에서 그 절정에 이른다.
10년 만에 서울시청으로 돌아온 오 시장은 복귀 즉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돌입했다. 전략정비사업은 신속통기획사업으로 옷을 갈아 입은 채 오세훈표 서울 도시계획의 기본 원칙이 됐다.
그만큼 오 시장의 의지도 강하다. 또 주민들 역시 공공기여 없는 정비사업 추진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만큼 여의도에서 시작된 오 시장의 '꿈'이 압구정을 향해 거침없는 '동진(東進)'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14년만에 다시 나온 여의도 전략정비사업...주민들 "그때와는 다르다"
한강공공성 회복선언에 따른 '전략정비사업'은 한강 주변 아파트 재정비사업에 대해 층수제한을 풀어 개발밀도를 높이고 대신 토지나 건물을 대거 공공기여 받아 시민들의 공용공간을 늘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촌, 압구정, 여의도, 성수, 반포 5곳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한 서울시는 이들 지역에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는 대신 토지 기준 40%에 달하는 기부채납(공공기여)을 예고했다.
이번 한양아파트 정비계획이 확정된 여의도의 경우 시범, 화랑, 장미, 삼부, 목화 일대 55만㎡를 3개 주구로 나눠 최고 70층,평균 4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을 담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6일 서울 여의도 63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 모습.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이같은 오 시장의 계획은 양쪽의 비판을 모두 받았다. 당시 지정된 5대 전략정비지구 가운데 압구정, 여의도에서는 토지 40%에 달하는 기부채납에 대해 '사유재산 침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지지세력에는 '부자 특혜'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여의도 재정비는 말 그대로 '물 건너' 가버렸고 이후 박 전시장이 '여의도-용산 통개발'을 띄우면서 여의도 전략정비는 잊혀진 존재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잊혀진 여의도 전략정비가 재개된 것은 10년만에 서울시로 돌아온 60대 오세훈 시장의 의지 때문이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복귀 이후 곧바로 신속통합기획을 꺼냈다. 절차와 도시·건축계획 등을 공공이 지원하고 민간은 기부채납을 높여 공공성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14년 전 전략정비계획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형태다.
달라 진 것은 상황이다. 오 시장이 한강공공성회복을 주장했던 2009년 초는 정부와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계획으로 재건축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에 따라 자연히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사업을 할 밖에 이대로 살겠다'는 인식이 강했던 때다. 실제 여의도 곳곳에는 오 시장의 여의도 전략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가득했던 바 있다.
반면 지금은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 10년 이상 강남권 등 인기지역 재정비사업이 막혔다는 차이가 있다. 자칫 재정비 사업 자체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높다. 실제 여의도 시범, 한양 그리고 강남권의 일부 단지들도 높은 공공기여율에도 불구하고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14년전 전략정비사업 때는 이 지역 주민들은 거의 관심이 없었는데 왜 손해를 보고 재건축을 해야하느냐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이후 14년 동안 아무런 사업 재개가 없었고 시장이 어떤 당이든 주민들만 유리한 재건축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인식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오 시장의 이같은 '바램'이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 신통기획에 참여하려는 강남권 단지는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은마와 같은 인기 단지는 참여 의사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신통기획에 참여키로 한 단지들도 신통기획 탈퇴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여가 높더라도 신통기획과 일반 사업 단지와 비교해 명백한 잇점이 있을 것"이라며 "대장동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공공이 관여하더라도 '깜깜이 개발'로 이뤄질 경우 비리가 적잖이 나오는 점을 감안할 때 시민에게도 유리한 점이 크다"고 말했다.
◆ 옛 '압구정전략정비구역' 2·3·4·5구역 하반기 정비계획 나온다...신통기획 참여가 사업 진행 관건
여의도 신통기획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만큼 오 시장의 다음 목표로 꼽히는 압구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옛 압구정 전략정비지구는 한남대교에서 성수대교에 이르는 압구정 아파트지구가 대상이다. 구역 면적만도 115만㎡에 이른다. 이곳에 속한 아파트단지로는 현대, 미성, 한양 등이 있다. 당시 오 시장의 서울시는 이들 단지를 3개 주구(Group)로 나눠 통합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각 주구별로 최고 50층 안팎, 평균 40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을 짓는다. 압구정 역시 전체 대지 면적의 30% 가량을 기부채납 받도록 했다.
여의도 신통기획을 봤을 때 압구정 역시 이같은 '14년전' 사업조건은 거의 유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50~60층 건축을 허용하는 대신 40% 가까이 공공기여를 받아내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에서는 지난해 2·3·4·5구역 4개구역에 대한 현황조사와 건축기획설계 용역이 실시된 상태다. 이에 따라 압구정 신통기획은 용역이 끝나는 올 상반기부터 본격 수립될 전망이다.
압구정 단지 모습 [사진=뉴스핌DB] |
압구정 2구역은 소위 신현대라고 불리는 단지로 압구정현대 9·11·12차 3개 단지 전체 1924가구 규모다. 속칭 '구현대'로 불리는 3구역은 6개 구역 중 가장 덩치가 큰 구역이다. 압구정 현대 1~7·10·13·14차와 대림빌라트를 비롯해 전체 4065가구 규모다.
언주로 동쪽 4구역은 한양 3·4·6차와 현대 8차로 구성된다. 전체 1340가구로 6개 구역 중 세번째로 규모가 크다. 5구역도 일찌감치 신통기획 대열에 합류했다. 한양 1·2차로 묶인 구역으로 전체 1232가구로 구성된다.
일단 압구정에서도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관심이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통기획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만약 신통기획에 반했다가는 서울시에 '보복' 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이 지역 주민들은 초고층 개발에 따른 사업성을 최우선하는 수요가 아닌 만큼 수익성이 다소 낮더라도 번잡한 단지 구성을 반대할 가능성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35층룰' 파과는 신통기획을 위한 당근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주민들도 신통기획에 따라 높은 공공기여 대신 빠르고 초고층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1대1 재건축에 준하는 사업을 천천히할 것인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