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압색마다 충돌…민주노총, 수사관과 몸싸움도
"제한시간 내 영장 집행해야" vs "변호인 입회 필요"
법조계 "권리 충분히 고지했다면 양측 협조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최근 수사기관이 주요 사건의 압수수색 시도마다 피의자 측과 충돌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수사기관은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을 즉시 집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피의자는 변호인 참여 등 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며 맞서는 것이다.
한 사건에 대해 동시에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장소가 여러 곳인 경우나 변호인 조력 없이는 파악이 어려울 수 있는 정보저장매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24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2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의 압수수색 검증영장 발부율은 지난 2018년 집계치인 87.7%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91.3%를 기록했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검증영장 청구와 법원의 발부율이 함께 늘어나는 가운데 영장 집행 과정에서 변호인의 실질적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이 18일 오전 민주노총 앞에서 북한 간첩단 의혹 관련 지하조직 사건 관련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01.18 hwang@newspim.com |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지난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부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영장 집행을 위해 진입을 시도하는 수사관들과 이들을 막는 민주노총 측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거나 고성이 오갔고 2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가 도착하면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또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에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8시간 가량 대치를 벌인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19일 1차 압수수색 시도 당시 빈손으로 철수했다가 5일 후인 24일 김 전 부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일 오전 8시 30분께 민주연구원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민주당사에 도착했으나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약 5시간을 대기했고 본격적인 압수수색은 오후 2시께 시작됐다.
형사소송법 제121조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검찰사건사무규칙에는 압수수색 영장 등을 집행할 때 강제처분을 받는 자 또는 변호인이 집행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형사소송법이 변호인의 실질적 참여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변호인이 참여해야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조계는 변호인 참여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에 협조하는 양측의 배려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변호사는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가지고 피의자가 막는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이번 민주노총 대치 상황의 경우 영장 집행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라 변호인 입회를 요구하고 사무실에 들어갈 수사관 인력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변호인이 올 때까지 한 시간만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 모르겠지만 수사기관이 피압수자에게 변호인 참여 기회를 고지하고 대기하는 등 절차에 최대한 협조한 경우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변호인 사정에 모두 맞출 수는 없다"며 "1~2시간 정도라면 모를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야간 압수수색 영장을 따로 발부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