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카카오 사태 계기로 온플법 재추진
온플법 처리 지연 전·현 정권 모두 책임
독과점 우려 있지만 정책방향 혼선 우려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입법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야당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 사태를 거치며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폐해가 일부 드러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규율이 요구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법 제정으로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산업이 역동성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규제하는 온플법과 서비스 안정성과 관련된 카카오 사태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동안 온플법 처리에 방관해오던 정치권이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갑자기 태세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국회 정무위원장 주최 온플법 토론회에 야당대표·공정위원장 출동
19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주최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 토론회'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백혜련 정무위원장, 이 대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01.17 leehs@newspim.com |
백혜련 위원장은 "독과점이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 행정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카오 사태'를 통해 경험했다"면서 "온라인 플랫폼처럼 현재 법률로 규율하기 어려운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는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 매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기술과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은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개선하고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의 혁신 성장과 공정한 경쟁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기준과 원칙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며 "토론회에서 논의된 의견들을 향후 온라인 플랫폼 관련 정책 수립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알고리즘을 제한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온플법을 대표발의했다.
양 의원은 "네이버 , 쿠팡 ,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표적인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AI 알고리즘을 통해 검색 및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 의원 역시 이번 법안 발의의 배경으로 카카오 사태를 언급했다.
◆ 文정부 '혁신의 아이콘' 강조…尹정부도 '자율규제' 외쳤지만 갈팡질팡
정치권을 중심으로 온플법 제정 움직임이 다시 일자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법 제정은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 사태를 이유로 온플법을 다시 추진한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성남=뉴스핌] 정일구 기자 =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가운데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2.10.19 mironj19@newspim.com |
공정위가 당초 발의한 온플법은 구글·네이버·쿠팡·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하는 '갑질'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과 기술적 오류를 일으킨 카카오 사태는 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치권이 온플법 처리에 소극적이었다가 카카오 사태를 이용해 갑자기 온라인 플랫폼 강력 규제로 돌아선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 공정위가 온플법을 마련하고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성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입법이 흐지부지된 측면이 있다. 또 윤석열 정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을 앞세웠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후 공정위는 온플법 처리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그러다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야당이 다시 온플법 재추진 카드를 꺼내들었고, '선(先) 자율규제 후(後) 입법'이라는 공정위 기조에도 일부 변화가 생기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17일 열린 온플법 제정 토론회에서도 지적된 사안이다.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혁신성장 담론이 공정경제 담론을 압도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의 성과로 설정한 유니콘 기업이 카카오, 배민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자율규제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카카오 사태 후 윤 대통령이 독과점 폐해 시정 발언을 한 사실에 주목했다. 전 정권과 현 정권 모두 온플법 처리 지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야당은 일관되게 온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한기정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차원에서 진행되는 입법 토론회에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것"이라며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야당과 공정위 입장이 갑자기 크게 달라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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