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해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올봄 대형산불과 여름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태풍 등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음에도 미리 대비해 막지 못했다. 만원 지하철과 버스, 화재 시 피난이 어려운 취약 시설 등 우리 주변 위험 요인도 여전하다. 뉴스핌은 반복되는 안전불감증 사고 원인을 짚어보고 이에 대안을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이태원 참사는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안전불감증에 의한 간접살인입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고 송은지 씨의 아버지가 지난달 2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50일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책임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태원 참사는 경찰, 구청, 소방 등의 사전 조치 미흡과 부실 대응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는 우리 일상 곳곳에서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시민들은 참사 이후 매일같이 마주치는 만원 지하철, 버스에서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불안전 사회] 글싣는 순서
1. 압사·화재·붕괴사고..."예견된 사고"
2. "설마가 사람 잡는다"...안전불감증 여전
3. "제도 개선·교육 필수…안전의식 고취"
25일 서울시와 SNS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지하철 파업으로 퇴근길 교통 대란이 일자 강남역은 퇴근 시간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로 역 개찰구부터 계단, 승강장까지 빽빽하게 들어찼다. 인파를 피하려고 지하철을 포기한 승객들이 몰린 버스와 택시도 평소보다 크게 붐볐다. 역삼역은 승강장으로 유입되는 인원을 줄이기 위해 개찰구를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인파 위험을 알리는 119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숨이 막히고 내부도 사람 때문에 꽉 껴서 그냥 내렸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세 번만에 탑승했다", "압사당하는 줄 알았다"와 같은 글이 게시되면서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태원 참사 2주일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경찰 통제가 해제된 참사 현장으로 통행하고 있다. 2022.11.12 yooksa@newspim.com |
지난 8월 서울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 사태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주민들의 지상 이주를 돕는 '반지하 특정 바우처'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반지하 특정 바우처는 2년간 매달 20만원의 월세를 지원해 반지하 거주 가구의 지상층 이주를 돕는 정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침수 피해를 본 많은 사람들은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우처 수혜 대상에 고시원, 옥탑방 이주자가 제외됐고, 월세 20만원 지원만 받고 지상층으로 이주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들은 내년 여름에도 재난의 위험에 또 다시 노출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8일 밤 사고가 있던 서울 관악구 인근 반지하 빌라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9일 오전 해당 빌라의 모습. 2022.08.09 youngar@newspim.com |
청소년 등 다중이 이용하는 PC방과 노래방, 화재 시 피난이 어려운 거동 불편 노인이 많은 요양원 등 피난 취약시설의 안전불감증도 여전하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지난 11일 지역 내 다중이용시설 333개소에 대한 화재안전 점검결과 불량대상 64곳을 적발했다.
실제 A요양원은 소방펌프를 작동하는 동력제어반을 수동으로 조작해 화재 시 자동으로 작동되지 않도록 했다. B노래방은 방화셔터 연동 제어기 전원을 차단한 것은 물론 작동 범위 내에 장애물을 설치해 방화셔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방치했다.
한편 연말연시를 맞아 열릴 성탄절·새해맞이 행사 등에 기동대를 투입해 인파 안전관리에 나선다. 경찰청은 성탄절인 이번 주말 서울 명동·강남역·홍대, 부산 광복로 등 전국 37곳에 50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인파 관리를 위해 경찰관 656명과 8개 기동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새해를 맞아선 전국 269곳에서 124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 향일암, 서울 보신각, 정동진 등에서 해넘이·타종·해맞이 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보고 각 지자체 등과 협의해 경력 배치 규모를 검토 중이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