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A씨,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
1·2심 유죄 인정…벌금 80만원 선고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환자를 진료한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2일 오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 B씨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료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1.06.16 pangbin@newspim.com |
B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이 자궁난소 치료 전문병원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방문했다.
A씨는 B씨에게 침 치료와 함께 초음파 기기를 활용해 신체 내부를 촬영하고,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통해 자궁내막의 상태를 확인하는 진료 행위를 했다.
의료법 27조 1항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해당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료법령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도록 명시한 규정은 없지만, 초음파는 서양의 현대 과학에 기본 원리를 두고 개발·제작된 것으로 한의학 이론에 기초한다고 할 수 없다"며 "초음파 진단은 영상의학과의 전문 진료 과목으로 진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므로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 검사 경험이 많은 전문의사가 시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4년 판결에서 한의사가 의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제작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를 받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의료기기 개발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에 기초한 것인지와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종래 판결을 변경했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환자 신체 내부 촬영하고,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거 헌법재판소는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 진료 행위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결정했으나, 당시와 비교할 때 최근 국내 한의과 대학의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 과정은 지속적으로 보완·강화돼왔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의료법 1조가 정한 국민 건강 보호 증진 기여와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선택권을 합리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10조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모든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피고인의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 보조 사용 진단 행위가 한의학적 행위에 의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거나 보건 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우리 의료 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은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의과 대학의 교육 정도를 감안하면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높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 여부는 제도적·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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