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발표…"장기적으로 수요 기반 안정"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가운데 한국은행(한은)이 장기적으로 규제완화 등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줄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대출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업이 부실해져 금융 위험으로 퍼지는 상황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은은 22일 내놓은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전보고서에서 '최근 부동산 기업금융의 주요 특징 및 잠재리스크 평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일시적 유동성 경색이 정상기업과 금융기관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단기자금시장 등에 대한 적기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은 "장기적으로 미분양 부담 완화를 위해 규제완화 등을 통해 주택 수요 기반을 안정화시키고 금융기관의 부동산 기업금융 취급 한도 관리를 통해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000가구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4만7217가구다. 미분양 주택 물량은 2021년 9월 1만3842가구까지 줄었으나 올해 들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2.07.14 mironj19@newspim.com |
미분양 주택이 쌓일수록 시행사와 건설사 등에 빌려준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부동산 실물 경기 악화가 금융 위험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건설·부동산업과 PF 대출은 각각 580조7000억원, 11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1월말 기준 PF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35조2000억원이다.
PF 유동화 증권 상당수는 내년 상반기 전에 만기된다. 이달 11조9000억원, 내년 1월 10조7000원, 2월 7조5000억원, 3월 1조6000억원, 4~6월 2조8000억원 등이다.
단기금융시장 위축으로 PF 유동화증권 차환에 실패하고 만기 연장도 실패하면 증권사와 건설사, 시행사 등은 유동성 위험에 빠진다. 미분양 증가와 주택 가격 하락 등 부동산 경기 위축이 길어지면 PF 사업 부실화 및 부동산 기업 상환 능력 저하로 신용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한은이 분석한 결과 집값 하락 등 부동산 경기 부진이 1년에 그칠 경우 금융권 재무 건전성(자본 비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단기라도 PF 관련 유동성 위험이 생기면 금융권 자본비율은 하락한다.
만약 부동산 경기 부진이 3년 이상 이어지고 집값도 30% 떨어지면 금융권 자본비율은 상당폭 하락한다. 이때 국제결제은행(BIS)비율 규제 기준을 밑도는 금융기관도 나온다.
한은은 "부동산 기업금융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지고 주택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점과 PF 유동화 증권을 통해 자본시장과 부동산 PF대출 간 연계성이 높아진 점, 비은행권 익스포저(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확대된 점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