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보틀벙커', 현대 '와인리스트'...와인 규모전
300평대 초대형 와인숍 인기에...신세계, 500평 준비
희귀 와인 등 품목 경쟁도 치열...수입사도 반사이익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국내 대표 유통 3사인 롯데·신세계·현대가 초대형 와인 매장을 잇따라 선보이며 규모전을 치르고 있다. 넓은 공간과 다양한 와인 품목으로 와인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전락으로 풀이된다. 대형 유통사의 초대형 와인 매장 늘면서 판매처가 더욱 확대된 중소 와인 수입사들도 들썩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8일 경기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스페이스원에 1000m²(약 302평) 규모의 와인숍 '와인리스트(WINE LIST)'를 열었다. 아울렛 1층에 넓게 자리한 이 매장에는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각국의 5500종의 와인을 구비했다.
50여종의 와인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바', 테마에 맞는 와인으로 꾸며놓은 포토존 등 체험요소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평일 오전에 오픈한 이 매장의 첫날 매출은 예상치의 300%를 웃돌았으며 당일 한정으로 선보인 특가 와인 500여 병이 하루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반응과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와인리스트의 추가 매장 출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 |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1층에 들어선 와인리스트 매장에 와인이 진열돼있다. [사진=현대백화점] |
유통업계 초대형 와인숍의 원조는 롯데마트의 '보틀벙커'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 제타플렉스점에 약 400평 규모의 대형 와인숍 보틀벙커를 열었다. 제타플렉스 1층 면적의 70%를 할애한 이 점포에는 1억원대 최고가 제품부터 만원대 가성비 와인까지 약 4000여종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에서 와인을 맛볼 수 있도록 만든 '테이스팅 탭' 또한 보틀벙커가 먼저 선보였다.
잠실점 보틀벙커의 인기가 고공행진하자 롯데마트는 올해 3, 4월에 경상남도 창원과 전라도 광주에 각각 2·3호점을 연달아 오픈했다. 모두 약 300평 규모 대형 와인숍이다. 올해 하반기 보틀벙커 3개점의 하반기 매출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주류 매출과 비교했을 때 약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누적 방문객 수는 이달 기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롯데와 현대에 이어 신세계그룹도 조만간 초대형 와인숍 대열에 오를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점 내 약 500평 규모 초대형 와인·주류 전문 매장 '메가샵'을 내년 4월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롯데마트의 '보틀벙커'와 현대백화점의 '와인리스트'에 대항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공룡 3사가 '국내 최대 주류 매장'을 타이틀을 놓고 규모전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금양인터내셔날, 나라셀라, 아영FBC 등 주류 수입사들도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모두 자사 계열의 주류 수입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3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사 수입사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희귀 와인 등 히트 품목을 들여 놓으려는 품목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와인 열풍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형 유통사와 편의점업계, 그리고 마켓컬리를 비롯한 이커머스업체까지 와인 판매에 뛰어드는 등 와인 판매채널도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 국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시장 규모는 1조 5000억원으로 1년 만에 50% 이상 커졌다. 또한 올해 1~9월 국내 와인 수입액은 4억3000만달러(약 5700억)로 지난해 동기 대비 7%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와인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이 자체 와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넓혀가고 있는 것은 사실상 와인이 소주, 맥주와 함께 국내 주류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의미다"라며 "와인 판매처별로 품목경쟁이 치열한 만큼 수입사들도 균형을 맞추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