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서교공 노조 파업철회로 정부압박 희석
정부 강경대응 일관…지지율 상승에 민주당도 선회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화물연대가 16일 간의 총파업(집단운송거부)동안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철회로 돌아선 것은 파업 동력이 급격히 약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압박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동반파업이 예상됐던 철도노조,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 철회로 노조의 공세가 시들해졌다. 반면 정부는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조합원들을 압박했고 이로 인해 노조는 내부적으로 위기감에 처했다. 더욱이 대부분인 자영업자인 이들은 파업에 따른 손실을 메울 방법이 없었던 것도 큰 이유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파업 효과가 흐려지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대응이 지지를 얻고 대통령 지지율까지 오르면서 야당과의 연대마저 흔들리게 됐다. 특히 화물연대의 파업을 후원한 민주노총의 위상도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총파업 선전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2022.12.09 hwang@newspim.com |
9일 화물연대와 물류업계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실시된 파업 종료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의 61.82%가 파업 중단에 찬성해 총파업 종료 및 현장복귀 건이 가결됐다.
파업 철회는 사실상 어제 결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화물연대는 지난 8일 대전본부에서 회의를 갖고 파업 속개 여부를 논의했다. 결론은 조합원 투표로 속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파업 철회를 위한 명분 쌓기란 진단된다.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 유지에 힘이 실리지 못한 것은 파업을 유지하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파업 초반부터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긋는 정부를 설득할 수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여기에 12월 대공세를 강조했던 민주노총의 뜻과 달리 동조파업이 사실상 없었던 점도 화물연대 파업 동력을 약화시킨 요인이다. 지난달 30일, 지난 2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던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의 파업 철회로 동반파업이 무산되며 민주노총의 대정부 압박 공세는 희석됐다.
반면 정부는 파업의 명분이 없다고 규정하고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노조를 압박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에 이어 8일 철강·석유화학으로 범위를 확대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파업 참여율이 떨어진 만큼 철강·석유화학으로 확대되면 동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멘트 분야 화물차주는 2500여명인 데 비해 철강·석유화학은 총 1만여명 규모로 훨씬 영향이 크다. 파업 장기화로 조합원 생계난을 더 이상 가중시키기 어려워진 문제도 더해졌다.
실제 운송량은 업무개시명령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시멘트는 업무개시명령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전날(2만1000톤)의 2배 이상의 운송량을 기록했고 이후 7일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며 평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레미콘 역시 생산량이 계속 증가해 8일 기준 평년의 75%를 회복했다.
파업 강경대응은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법과 원칙을 내세운 공세가 지지율을 반전시키자 정부 압박은 수위를 계속 높였다. 대통령 지지율 부진에 힘입어 정부여당을 비판했던 민주당은 화물연대와의 약속을 깨고 정부안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인력감축과 같은 근본 쟁점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곧바로 파업 철회를 결정한 반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란 카드를 받았음에도 파업에 나선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반 정부 기운이 올라가면서 정치 파업 성향도 가졌지만 노조들의 동조도 얻지 못한 채 중단된 파업으로 화물연대는 물론 민주노총까지 위상이 흔들리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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