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29건…2017 80건 이후 줄곧 감소
2017년 장비 순차 도입했으나 활용 미비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금융범죄가 갈수록 치밀해지고 복잡해지는 반면 금융범죄 증거 수집을 위한 금융당국의 디지털 포렌식 수사는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부터 자체 포렌식을 위한 장비를 도입했지만 활용도가 미비한 탓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조사단)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실시한 디지털 포렌식은 29건에 그쳤다.
2017년 80건에 달했던 디지털 포렌식 수사는 해마다 감소 중이다. 2018년 81건, 2019년 63건, 2020년 45건, 2021년 44건 등이다.
금융위는 2013년 9월 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사건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조사단은 검찰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과 협업해 불공정 거래 조사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한다. 미공개 정보 이용, 주가 조작, 부정거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이 조사 대상이다. 조사단은 불공정 거래 사건을 분류해 긴급·중대 사건은 신속 처리절차를 통해 검찰에 통보하고 중요 사건은 자체 조사를 한다.
[사진=금융위원회] |
조사단은 2016년까지 대검찰청에 포렌식을 의뢰해 증거를 수집했다. 2017년부터 모바일·디스크·클라우드 포렌식 장비를 차례로 도입해 자체적으로 포렌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문제는 조사단이 보유한 포렌식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사단은 클라우드 포렌식 장비 2세트를 도입했으나 클라우드 포렌식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금융·증권범죄 수사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폐지했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다. 서울남부지검에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을 꾸린 것.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시세 조종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를 비롯해 각종 금융·증권 범죄를 수사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직접 수사 기능을 수행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사단 기능을 강화한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도 지능범죄수사대를 금융범죄수사대로 개편했고 검찰도 금융 범죄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기관 간 중복 수사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직접 조사를 전제로 하는 포렌식 수사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인식 변화 등을 자료 제출 거부가 늘며 디지털 포렌식 장비 활용 실적도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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