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 인사...삼성·SK·LG 등 첫 여성 CEO
조직 변화 최소화...변화보단 안정에 방점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올해 연말 재계 인사는 내년에도 전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인상 등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크게 조직을 뒤흔들지 않는 선에서 '안정'에 방점을 찍은 방향성을 보였다.
더불어 그룹사마다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이 저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ESG 경영 평가 요소 중 하나인 조직원의 인적구성 다양화를 위해 여성 임원 승진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삼성 이영희 사장 등...이어지는 첫 여성CEO
5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선 이영희 사장이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에서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총수 일가를 제외하고 여성이 삼성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영희 사장이 처음이다.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사진=삼성전자] |
이영희 사장은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10년째 부사장직을 유지하면서 삼성 내에서도 여성 임원 중 사장 승진이 가장 유력한 인물로 거론됐다.
삼성 뿐 아니라 SK그룹과 LG그룹에서도 연말 인사에서 첫 여성 CEO가 나왔다. 지난 1일 인사를 발표한 SK그룹 계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11번가는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CEO로 내정했다.
지난달 LG그룹 인사에선 LG생활건강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이 사장으로 내정됐다.
최근 대기업에 여성 CEO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대기업들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다. ESG 경영 평가 결과는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ESG 경영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조직원의 다양한 인적 구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자 업계인 삼성전자에서 여자 사장이 탄생하면서 삼성이 ESG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며 "ESG의 S는 '사회'라는 뜻으로, 삼성이 사회 친화적 인사를 실시하면서 미래 다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재계 ESG 부서 관계자는 "ESG 평가 요인엔 취약 계층의 사회적 진출 등이 포함되는데 조직에 여성이 고위직 뿐 아니라 부장, 차장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것을 본다"면서 "기업에 중간 간부 여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선 오히려 CEO급 등 고위직으로 여성을 뽑는 것이 ESG 경영을 보여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내실 경영 필요한 때...파격적 인사보다는 인사 질에 초점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 역시 연말 재계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최근 기업들은 자금시장 경색, 고환율 등 불안한 경제 여건 속에서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등 위기 대응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연말 인사 역시 위기에 대응해 조직에 안정을 줄 만한 노련한 수장들이 전진 배치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부터 가전,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DX사업부 한종희 부회장과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사업부 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데, 내년에도 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한종희 부회장(왼쪽)과 경계현 사장. [사진=삼성전자] |
작년 삼성전자는 두 명의 부회장을 승진시키고 휴대폰 사업부와 가전 사업부를 통합하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했다면, 이번엔 부회장 승진 없이 사장급만 승진시키고 기존 체제는 유지한 것이다.
SK그룹 역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핵심 브레인으로 불리는 3명의 부회장 장동현 SK(주)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각 부회장이 담당하는 지주사와 에너지·화학·배터리 산업 지주사, ICT 지주사를 세 개의 축으로 삼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한 것이다.
LG그룹 역시 구광모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권봉석 (주)LG 부회장을 비롯해 LG의 신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화학을 이끄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3인의 부회장을 유지했다. 이외에도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력 계열사 CEO들이 모두 자리를 연임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일을 벌이기보단 일을 축소하고 내실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실 경영이 필요한 때 인원을 대폭 늘리는 파격적인 인사 보단 양보단 질에 초점을 두고 인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bc123@newspim.com catch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