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가격 안정세…6월 40%→11월 5.6%
등유가격, 같은달 기준 42년만 최대폭 상승
휘발유·LPG 하락했는데 등유만 고공행진
러·우 전쟁發 경유수급 차질…등유생산 급감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석유류 가격이 지난 6월 정점을 찍고 5개월 만에 대폭 가라 앉았지만, 여전히 등유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유 수급 차질이 등유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데다, 각국의 빗장이 풀리면서 폭증한 항공유 수요도 등유가격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 석유류 가격 안정세…6월 40%→11월 5.6%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상승률은 5.6%로 조사됐다.
석유류 가격은 올해 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계속해서 고공행진하다, 지난 6월 정점을 찍고 점차 상승폭이 둔화하는 중이다.
올해 석유류 가격 추이를 보면 연초인 1월(16.4%)부터 높은 흐름을 이어가다 3월(31.2%)에 30% 대로 튀어올랐고, 지난 6월(39.6%)에는 40% 가까이 육박했다.
[자료=한국석유공사 오피넷(단위: 원/ℓ)] 2022.12.05 dream@newspim.com |
그러나 국제유가가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7월부터 상승폭이 완화됐고, 5개월째 이러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5.6%)에는 상승률이 한자릿수로 대폭 가라 앉으면서 지난해 3월(1.2%) 이후 20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품목별로 뜯어보면, 휘발유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상승률이 특히 많이 떨어졌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월(28.5%) 정점을 찍고 점차 상승폭이 완화하기 시작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8월(8.5%)부터는 한자릿수 대로 내려왔고, 10월(-2.0%)부터는 아예 감소로 돌아섰다.
LPG도 7월(21.4%)을 기점으로 상승폭이 점차 낮아지다가 지난달(-3.2%)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경유의 경우 연일 상승폭을 키워오다 지난달(19.6%)부터 연초(1월·16.5%)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 등유가격, 11월 기준 42년만 최대폭 상승…나홀로 고공행진
그러나 등유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등유 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8.9%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달 기준으로 1980년 11월(84.2%) 이후로 4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등유 가격이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7월(80.0%)과 비교해서는 다소 상승폭이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50%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에다, 휘발유와 LPG 등 다른 품목들의 가격 상승률이 연초에 비해 상당폭 가라앉은 것과도 대비된다.
등유 가격 상승률 추이를 보면 1월 25.7%, 2월 31.2%, 3월 47.1%, 4월 55.4%, 5월 60.8%, 6월 72.1%, 7월 80.0%, 8월 73.4%, 9월 71.4%, 10월 64.8%, 11월 48.9% 등이다(그래프 참고).
등유 가격이 오르는 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경유 수급 차질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경유와 등유의 생산 설비가 일부 겹치는데, 글로벌 정유 업계가 경유의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경유 생산을 최대한 끌어올린 결과 등유 생산량은 급감한 논리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항공유 수요가 폭증하면서 항공유 생산 공정에 활용되는 등유 수요가 덩달아 치솟은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등유 생산량은 적은 데 데 반해 수요는 점점 늘어나면서 등유 가격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경유 수급 차질로 인해 글로벌 정유 업계들이 경유 생산을 늘리다 보니 등유 공급이 줄었다"며 "그런데 올해 코로나19 완화로 항공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등유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게 됐고, 그에 반해 생산량은 적다 보니 등유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세계 경유수급 차질로 등유생산 급감"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등유 가격상승에 일조했다고 정유업계는 주장한다.
휘발유와 경유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효과를 봤지만, 등유는 인하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가격 안정 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 실장은 "휘발유, 경유, LPG 세 품목에 대해 유류세가 인하되면서 휘발유는 304원, 경유는 212원 인하됐다"며 "반면 등유는 인하 품목에서 빠지면서 현재 가격상승률에 높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설원예농가 [사진=광양농협] 2022.11.03 ojg2340@newspim.com |
등유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농어촌이나 노후 주택에 난방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취약계층 난방용 비용 부담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저소득층에 냉난방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를 최대한 활용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등유 바우처의 내년도 예산(13억9500만원)은 오히려 올해(16억7400만원)보다 줄어드는 등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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