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약품 가격 인상했는데…"아직도 구하기 어려워"
제약사 측, 생산 설비 바로 증설하긴 어렵다는 입장
"천천히라도 진행하겠다"…정책 흐름 자체는 긍정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약국 주변에는 피부과와 치과가 포진해 있었다. 내과 환자가 별로 없었기에 약사 A씨에게 해열진통제는 일주일에 한두 통이면 많이 들이는 거였다. A씨는 최근에야 그 생각이 안일했음을 깨달았다. 처방전에 나온 진통제 재고가 없어 환자를 다른 약국으로 보내곤 했기 때문. A씨는 "코로나 이후에 전반적으로 약이 없긴 하지만 해열진통제를 구하는 건 꽤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부가 아세트아미노펜 가격을 인상한 12월에도 해열진통제 품귀 현상은 여전하다. 제약사들은 라인을 당장 늘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스케줄 조정 일정은 미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증산을 천천히라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650㎎'이 함유된 '세타펜8시간이알서방정' 등 18개 품목에 건강보험 상한가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해열 증상을 완화하는 진통제가 동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정부와 제약사들은 내년 11월 말까지 아세트아미노펜 월평균 생산량을 현재 4500만 정에서 6760만 정으로 50% 가량 늘리기로 했다.
이런 결정이 무색하게도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일대의 약국들은 여전히 품귀 현상을 논했다. 재고를 넉넉하게 남겨둔 건 오미크론 유행 전인 지난 3월이 마지막이다. 지난 1일 만난 약사들은 도매상에게 물량이 들어오는 대로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의 모습. 2022.04.06 hwang@newspim.com |
증산에 참여하는 A사는 "시행됐다고 해서 생산 설비를 바로 증설하기는 어렵다. 한 품목만 단독으로 생산을 늘리면 다른 품목이 품절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B사는 "약을 회사에서 전량 생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아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떤 회사는 과정 중에서 포장만 단독으로 위탁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완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수입 원료를 가지고 오고, 원료를 배합하고 포장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 정부가 협상한 제약회사 18곳은 대부분 아세트아미노펜 생산 라인을 가지고 있어 큰 차질은 없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증산을 천천히라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설비 용량에 따라서 회사마다 입장이 다르겠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이 많이 팔리는 약인 만큼 반갑다. 그동안 약가가 많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약가가 싸기에 이번 인상 폭이 크지 않음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세트아미노펜 현행 1정 당 50~51원인 건강보험 상한 금액은 내년 12월 1일까지 최대 90원으로 인상된다. 그마저도 한시적이어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년 12월 이후부터는 약가가 70원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약가 인상이 이례적인 결정인 만큼 이번이 긍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제약사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약가를 떨어뜨리면 제약회사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품목도 잘 검토해서 조금이라도 약가가 인상된다면 남는 이익으로 제약 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데 힘쓰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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