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품절 사태에...배달·배송업계 긴장
일반 휘발유 대신 고급 휘발유로...배달기사들 '난감'
장기화 시 음식배달·새벽배송 차질 가능성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배달 가다 주유소에 들렀는데 품절이라네요. 주말이 걱정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유류제품 수송 지연으로 전국 주유소에 휘발유·경유가 동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일부 배달기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름이 없으면 당장 배달 업무에 직격탄을 받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음식배달부터 새벽배송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9월 2일 강남역 근처에서 배달노동자들이 배달을 나서는 모습. [사진=방보경 기자] |
1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날 오후 2시 기준 품절 주유소는 전국 총 26개소로 휘발유 품절 주유소가 23개소, 경유 품절 2개소, 휘발유·경유 품절 1개소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6개소), 인천(4개소), 서울(13개소)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다. 휘발유 평균 재고는 8일, 경유 재고는 10일분에 그친다.
유류 사용이 많은 배달기사들 사이에서는 업무 지장에 대한 우려가 높게 나타났다. 이날 배달종사자 커뮤니티 '배달세상'에는 휘발유 품절로 불편을 겪은 배달기사들의 사례가 잇따라 올라왔다. 배달용 오토바이의 경우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현재 휘발유 품절 빈도가 늘면서 피해 사례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배달 기사는 "동네 주유소에 품절 안내문이 붙었다"며 "급한 대로 일반 휘발유 대신 고급휘발유로 주유했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배달기사는 "주유소 두 군데나 휘발유가 없다고 한다"며 "배달 어떻게 하라는 건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음식배달업계에도 피해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한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들의 단체대화방에 기름을 못 넣은 사례들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며 "이를테면 강남 모 주유소에 휘발유가 품절이 돼서 다른 곳을 가라는 등의 정보가 공유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일부 배달기사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음식배달이 지체되거나 중단되는 등의 문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플랫폼 업체들은 "휘발유 이슈로 음식배달 문제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쿠팡, 컬리, 쓱닷컴 등 새벽배송·장보기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규모 배달에 사용되는 1톤급 트럭에는 경유가 사용된다. 휘발유 대비 경유의 품절 주유소는 2~3곳에 그치기 때문에 당장 배송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음식 배달기사들 보다는 상황이 나은 셈이다. 다만 파업 장기화로 경유 부족 사태가 악화될 경우 새벽배송, 장보기 등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톤 차량은 대부분 경유차이고 경유의 경우 아직 여유가 있어서 배송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장기화될 경우를 우려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