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11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 10월 10.6%→10.0%로 둔화
근원 CPI 상승률은 6.6%로 10월(6.4%)보다 오히려 강화
예상보다 둔화한 11월 CPI에 시장서는 내달 ECB 50bp 베팅↑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했다.
예상보다 둔화한 수치에 시장에서는 물가 정점 기대가 커지며, 당장 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 폭을 조절할 것이란 베팅이 강화하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11월 CPI는 전년 대비 10.0%(예비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7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10월(10.6%)에 비해 0.6%포인트 둔화한 것이자, 로이터 전문가 예상치(10.4%)도 0.4%포인트 하회하는 결과다.
[니스 로이터=뉴스핌] 고인원 기자= 프랑스 니스의 한 지역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모습,2022.07.29 koinwon@newspim.com |
세부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은 유로존의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 중 하나다.
하지만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한때 배럴당 120달러도 위협했던 국제유가는 70달러대로 밀리며 우크라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다만 헤드라인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는 오히려 강화한 것으로 확인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11월 전년 대비 6.6% 오르며 10월(6.4%)에 비해 상승세가 강화했다. 에너지 가격이 꺾였을지는 몰라도 경제 전반의 물가 흐름은 여전히 상승세란 얘기다
핵심 카테고리 중 하나인 가공식품·주류·담배 가격도 11월 전년 대비 13.6% 오르며 10월(12.4%)보다 오름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코메르츠방크의 크리스토프 웨일 이코노미스트는 "(이날의 결과는) 유로존이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 "핵심물가 압력은 완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원물가 압력은 내년 중반까지는 정점을 이루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내년 중반) 이후에나 천천히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예상보다 둔화한 11월 CPI에 시장서는 내달 ECB 50bp 베팅↑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내달 15일 예정된 ECB의 금리 결정 회의로 쏠리고 있다. ECB는 10월 27일 월례 통화 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현 1.25%에서 2.00%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이다.
또 10월 성명에서 ECB는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을 ECB의 목표 수준인 2.00%대까지 낮추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청문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12.02 mj72284@newspim.com |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유로존에서 10월 10.6%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곧 내려갈지 알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식품이든, 공산품이든, 에너지이든, 물가상승이 최고치에 도달했고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고 믿을만한 요소나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유발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며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총재는 금리를 얼마나 더 빠르게 추가로 올릴지는 최신 경제 전망, 임금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반응, 정책 평가 등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0.75%포인트 금리 인상 후 ECB 위원들 사이에서도 오는 15월 회의에서는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가까워졌으며, ECB가 (인플레 완화에 있어) 금리 인상 폭 조절에 나설 만큼 충분한 진전을 이뤘다는 이유에서다. 유로존에서 헤드라인 CPI가 정점을 이뤘을 가능성을 신호하는 이날의 지표로 ECB내 비둘기파의 목소리에도 한층 힘이 실릴 가능성도 커졌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12월 ECB의 금리 인상 폭을 두고 0.5%포인트와 0.75%포인트로 첨예하게 갈리던 시장은 이날 CPI 발표 후 0.5%포인트 인상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