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파산 임박했다" 관측
파산 모면 위해 구조조정 전문가 투입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 붕괴 이후 파산설이 나돌았던 암호화폐 대부업체 블록파이(BlockFi)가 28일(현지시각) 결국 파산보호 신청에 나서면서 코인 업계의 줄도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FTX와 블록파이 모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던 당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태연한 척 했지만 결국 파산이라는 결말을 맞으면서 FTX에 익스포저를 공개했던 다른 암호화폐 기업들의 부도 불안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은 기술적 지지선 위에 머물며 FTX 사태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블록파이 이후 파산 기업이 뒤이어 나온다면 코인시장은 더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블록파이 웹사이트] 2022.11.16 kwonjiun@newspim.com |
◆ FTX 파장 어디까지
29일 로이터통신은 FTX와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에 관여된 기업들이 상당수로, FTX 파산으로 인한 파장이 블록파이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이 소개한 위험 기업들은 ▲블록파이 ▲제너시스 ▲바이낸스 ▲셀시우스 네트워크 ▲코인베이스 ▲코인셰어스 ▲크립토닷컴 ▲갤럭시 디지털 ▲갈로이스 캐피탈 ▲크라켄 ▲실버게이트 캐피탈 ▲보이저 디지털 ▲그레이스케일 등이다.
이 중 보이저 디지털과 셀시우스는 지난 5월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테라, 루나 폭락 사태 후 이미 7월 파산을 신청했고, 블록파이는 전날 파산을 신청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서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블록파이는 당시 FTX로부터 2억7500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리볼빙 한도 대출(RCF)을 약속 받고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전날 파산법원에 출석한 블록파이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블록파이의 자산 3억5500만달러 정도가 FTX 파산으로 묶이게 됐고,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에도 별도로 6억7100만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담보대출 업체 셀시우스(Celsius Network)는 FTX 파산 보호 신청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FTX에 대부분 락업 상태인 350만개의 세럼 토큰이 있고, 알라메다 리서치에도 1300만달러 대출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중개업체 보이저 디지털(Voyager Digital)은 지난 9월 14억2000만달러(약 1조8705억원) 규모 자산을 FTX에 매각하기로 했으나 FTX 붕괴로 불발됐고, FTX에 300만달러 정도의 예금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에는 바이낸스가 보이저 인수를 위한 입찰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다음 주자는 제네시스?
다음 파산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대부업계 큰 손인 제네시스 트레이딩(Genesis Trading)의 파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사측은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FTX 계좌에 1억7500만달러(약 2307억원) 정도의 자금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FTX 사태가 전해진 직후 이달 초 대출 사업부 고객들의 자금 상환 및 신규 대출을 즉각 중단했다.
제네시스는 투자자들과 유동성 해결을 위한 매우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지만, 자금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로 지난 23일에는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구조조정 전문가도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네시스 트레이딩 웹사이트] 2022.11.22 kwonjiun@newspim.com |
제네시스의 서비스 중단에 협력업체인 제미니(Gemini)도 이자 지급 프로그램인 '제미니 언(Gemini Earn)' 프로그램의 고객 자금 상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가 수면위로 오른 직후 FTX 인수를 검토했던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7일 "보유 중인 5억8000만달러어치(약 8000억원) FTX 토큰(FTT) 전량을 매각할 것"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싱가포르 소재 가상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은 1년 정도에 걸쳐 FTX로 10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옮겼다고 지난 14일 밝혔는데, 이 중 대부분은 회수했고 FTX 붕괴 시점 당시 익스포저는 1000만달러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크립토닷컴내 계좌에서 전체 보유 이더리움의 80%가 넘는 32만개에 달하는 이더리움이 게이트아이오라는 거래소로 옮겨진 것이 알려지면서 뱅크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크립토닷컴이 발행하는 가상화폐 크로노스(Cronos) 가격도 12.67센트 수준에서 6센트 부근까지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밖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FTX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는 지난 8일 FTX에 1500만달러(약 198억원) 상당의 예금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고, FTT나 알라메다, FTX와 직접적인 익스포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 전체에 FTX가 미칠 후폭풍 우려로 코인베이스 주가는 급락했고, 시가총액도 100억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FTX 악재 충격을 간과할 수 없다며 코인베이스 목표주가를 35% 하향했다.
암호화폐 투자펀드 코인셰어스(Coin Shares)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FTX에 노출된 자금이 3030만달러 정도이며, 전체 순자산의 11% 정도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 기업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Holdings)도 지난 9일 공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FTX에 7680만달러 정도의 익스포저가 있다고 밝혔고, 이 중 4750만달러는 출금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갈로이스 캐피탈(Galois Capital)의 경우 보유 자산 절반이 FTX에 묶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금액은 1억달러 정도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지난 10일 FTX에 9000개 정도의 FTT 토큰을 보유 중이나 큰 타격은 없다고 밝혔다.
친암호화폐 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탈(Silvergate Capital Corp)은 지난 9월 30일 기준 모든 디지털자산 고객의 예금 119억달러 정도에서 FTX에 익스포저를 갖는 금액은 10%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 28일 블룸버그는 알라메다가 실버게이트를 주거래 은행으로 삼았고, FTX 고객 일부는 알라메다의 실버게이트 계좌로 송금하도록 권유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속 감독관이었던 알마 앙고티는 "고객의 돈과 거래 상대방 또는 다른 카운터파티의 돈을 섞는 것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나쁜 정책"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실버게이트가 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위험 관리 측면에서는 나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투자신탁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FTX 사태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으나, 신탁 관련 준비금 증명 및 지갑 주소 공개를 거부해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초래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