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중고차 시장 소비 '위축'...소비자들, 차 구매 미뤄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국내 완성차업계의 기나긴 출고 대기와 금리 인상에 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자동차 가격이 인상되는 카플레이션과 할부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신차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인기 차종의 대기 기간은 1년을 넘어간다. 최근 출시된 베스트셀링 세단 '디 올 뉴 그랜저'는 사전계약만 10만대로 지금 계약하더라도 내년 출고가 어려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전기차 신차인 아이오닉6는 18개월이 소요되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80의 경우는 30개월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전기차 EV6가 14개월, 스포티지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각각 16개월 1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차 역시 긴 출고 기간은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수입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한 아우디 Q4 이트론의 경우 지금 계약하더라도 내년 중 차량을 인도받기 쉽지 않으며 역시 인기 모델인 폭스바겐의 ID.4 역시 출고까지 1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리 인상 역시 자동차 구매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신차 할부 금리는 60개월 기준 6.1%로 6%를 넘어섰다. 할부 기간이 길수록 금리도 올라가 10%대 상품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3%대였던 자동차 할부 금리가 6개월만에 급등한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36개월 6.7%, 120개월 8.2%로 현대차나 기아보다 더 높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연 3.0%에서3.25%로 0.25%포인트 더 올리면서 연말 자동차 할부 금리 또한 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출고 대기와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의향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딜로이트그룹에서 발간한 '카플레이션 시대, 자동차구매의향 감소조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자동차 구매의향지수는 85.7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7월에는 119였지만 전달 대비 크게 감소한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역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평균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가운데 금리가 치솟아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급감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 뉴스핌DB] |
여기에 자동차 할부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신차 구매 포기를 고려하는 소비자들도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 신차 구매를 고민 중인 A씨는 "견적을 받아보니 폭스바겐 파이낸셜 금리가 8.95%"라며 "딜러할인을 포기하고 은행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신차 전액 할부를 고민 중인 B씨도 인터넷 전기차 커뮤니티에 "전액 할부를 고민 중인데 금리가 자꾸 올라 망설여 진다"고 말했다.
중고차 구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신차 출고 지연으로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지만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금리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중고차 수요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카플레이션, 백오더, 고금리에 신차 출고를 취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알고 있다. 기존에 몰던 차를 2~3년 더 운행하는 것"이라며 "신차 구매 여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소비 자체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중고차 구매 영향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동안은 이런 경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