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 있을 때 팔자"…연 6% 이상 전단채 찍어내
생존 위기 느낀 중소형사, 구조조정‧자산매각 나서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 이베스트‧하나‧IBK증권, 고금리 전단채 발생 '러쉬'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전자단기사채(STB‧전단채) 발행과 자산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7일 400억원어치의 3개월 만기 A2+ 등급 전단채를 연 6.3%에 발행했다. 같은 날 IBK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A1 등급의 전단채를 발행했다. IBK증권의 경우 연 5.95%에 3개월 만기, 하나증권은 연 5.8%의 3개월물 A1 등급 전단채 발행했다. 메리츠증권은 전단채 발행액이 지난 9월 1000억원에서 5904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달 교보증권의 전단채 발행액은 1조6650억원으로 전월(19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8배 이상 뛰었다. CP·전단채 발행 한도도 늘어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기존 대비 5000억원, BNK투자증권은 800억원, 현대차증권은 3000억원 늘렸다.
이는 최근 불거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에서 비롯된 부동산 프러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으로 인한 자금경색 위기가 확산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인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급증추세다. 지난해 연말 7조4646억원에 달했던 잔고는 지난달 12조7183억원으로 70% 이상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 '칼바람' 부는 증권사…해외자산 매각‧희망퇴직 나서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에 나서는 증권사들도 속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다올투자증권은 태국 현지법인 '다올 타일랜드' 지분 69.9%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인수 희망 금융사를 찾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매각가로 1000억원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 중 태국 현지법인을 보유한 건 다올투자증권이 유일하다.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해외법인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올투자증권은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입사원을 제외하되 근속연수 제한은 두지 않았다.
증시 부진과 자금시장 경색이 겹친 가운데 내년 경영 환경도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일 케이프투자증권은 올해까지만 리서치 및 법인본부를 운영한 뒤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잔류를 희망하는 직원은 유사 업무로 전환 배치할 방침이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기업금융(IB), 고유자산투자(PI) 사업 위주의 투자전문회사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IB 부문의 감원을 검토 중이다. 감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곧 일부 인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를 시작으로 연말과 연초 인력감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을 넘는 증권사가 한 곳도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에 내년 업황 역시 부정적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단채 발생과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의 주요 국책은행들이 금리를 연이어 인상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어나 국내 증시가 장기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자금시장 안정과 채권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추가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밖에 안될 것"이라며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