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부로 바뀌든 조세 정책은 시황과 이념으로 펼쳐선 안돼
국회 책임지고 종부세 관련 상정법안 처리해야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단 우리나라 경기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스타들의 수준 높은 축구를 국가 대항전으로 관전할 기회가 자주 있겠는가. 대거 축구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국가대표 경기라도 분명 골을 넣을 수 있는데도 어이없는 '똥볼'로 탄식을 자아내는 경우는 경기마다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매번 그런 경우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것도 25번이나 말이다. 그 중 대표적 똥볼이 공시가격 현실화였다. 최장기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김현미 전 장관은 2020년 11월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또 하나의 기발한 논리로 공시가격 현실화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는 "이 틀을 짜는 것 자체를 증세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주택의 유형이나 가격대와 관계없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현실화대로라면 2030년까지 90%대로 올리는 것으로 돼 있었다. 공시가격이 70% 초반대 만 반영된 2022년 보유세의 결과는 어떠한가? 집값이 공시가격보다 낮아지는데도 세금은 오히려 전년보다 10~20%씩 늘어나 통지를 받는 이들에게 분통을 터트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종합부동산의 과세 대상도 2017년(33만2000명)과 비교하면 올해 3.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각각 3.2배와 4.6배 늘었다. 서울의 경우 5명 중에 1명 꼴로 종부세가 과세됐다. 이는 국회에서 미연에 막을 수 있을 수 있는 개정안이 상정됐음에도 '싸지른 X'조차 치우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근본적으로 집값 급등을 국민 탓으로 돌리려한 책임이 크다. 공시가격 현실화도 무주택자들의 '속풀이'용으로 포장한 것 일뿐, 실상은 '징벌적 과세'와 '부자증세'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한 것이 이번에 분명히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외에도 취득세나 상속세, 증여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이 반영된다. 세금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과 연금보험, 재건축부담금 산정, 장기주택자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토지보상 관련 등도 공시가격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에게 집값 급등의 이 모든 부담을 지고 가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
그래서 공시가격은 보수적인 산정이 필요한 것이다. 집값이 급등했다고 공시가격의 기존 산정 체계를 뭉개고 입맛대로 바꿔버리는 무식함과 무모함은 이제 용납돼선 안 된다. 특히 공시가격이 집값보다 비싼 '가격역전현상'은 조세저항을 필히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중산층은 집 한 채가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은 늘지 않고 오히려 고물가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과도한 세금을 물리니 말이다.
전 정부가 저지른 과오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들이 나오고는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문재인정부에서 로드맵을 수립하기 이전인 2020년 초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한 내용의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주택 재산세 부과와 제도 개선 방안'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종부세든 양도세, 취득세든 지나친 세 부담으로 부동산 거래를 막겠다는 건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며 "부담이 덜어진다는 것을 국민들이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이 공표한대로 이번 기회에 공시가격에 대한 근본적 수술은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올해 비정상적 보유세에 대해 국회가 책임지고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들끓는 조세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어렵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는 국가적 최우선 중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정권을 잡은 권력자들이 시장을 시장으로 보지 않고 이념적 혹은 갈라치기식의 정책을 펼친 결과, 시장도 잃고 민심도 잃어 왔다는 것을 과거 정부로부터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다. 어떤 정부로 바뀌든 조세 정책은 시황과 이념으로 펼쳐선 안된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