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칼 1.1조 유상증자 결정
일진 인수와 건설 지원에 쓰여
건설은 은행에 3500억 차입
물산이 보증...호텔도 지분 팔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롯데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롯데건설 채무 상환을 위해 전 방위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계열사들이 자금 마련에 동원되고 있는 가운데 그룹 전반에 재무 부담이 확산되면서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850만주의 보통주를 신규 발행하는 형태로, 예상 발행가액은 13만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유상증자 자금 중 6050억원을 타 법인 인수대금으로, 50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롯데건설 자금 지원에 쓸 예정이다. 먼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에 필요한 금액은 지분 53%를 인수하기 위한 2조7000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인수자금 중 1조원은 내부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1조7000억원은 외부 자금으로 조달해 금융기관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
여기에 롯데건설 자금 지원도 나선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3.8%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모두 5876억원을 지원한 상태다. 5000억원은 자금 대여, 876억원은 유상증자로 자금을 댔다.
롯데건설은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응을 위해 계열사에서 자금을 지원 받은 데 이어 금융권에서도 잇달아 돈을 빌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하나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모두 3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500억원이다.
여기에 롯데물산은 롯데건설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롯데건설에 돈을 차입해 주는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 자금보충약정 체결 금액은 차입금액의 120%인 4200억원이다.
롯데물산을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건설 지원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롯데케미칼(876억원), 호텔롯데(861억원), 롯데알미늄(199억원)이 참여했고, 롯데케미칼(5000억원)과 롯데정밀화학(3000억원), 롯데홈쇼핑(1000억원)은 직접 자금을 대여해줬다.
롯데건설은 계열사들이 마련한 1조1000억원과 은행권에서 차입한 3500억원, 자체 보유한 현금성 자산 7000억원으로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우발 채무 규모 보다는 적어 은행권에서 추가 차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우발 채무 규모는 6조7491억원이다. 이 중 절반 가량인 3조1000억원이 연말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월별로 보면 10월 1조3573억원, 11월 1조3970억원, 12월 3472억원이다.
여기에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한 호텔롯데가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모두 매각해 현금을 마련한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8일 호텔롯데가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보유지분 전량을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호텔롯데가 처분한 주식은 27만3450주다. 18일 종가 기준으로 379억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텔롯데 측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롯데그룹 전반에 재무 부담이 확산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은 롯데 계열사의 신용 등급 전망을 낮추고 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한국기업평가도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