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 "증거인지 몰랐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을 당시 사실혼 배우자에게 핸드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검찰에 자백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17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A씨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취지의 자술서를 제출했다며 이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이전까지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재판에서 A씨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A씨 측 변호인은 "유동규의 입장 변화에 당혹스럽다"면서도 "피고인은 핸드폰을 버린 것은 인정하지만 핸드폰이 중요한 증거물이라는 점은 몰랐었다. 유동규는 헤어지자고 하면서 본인 물건을 버려달라고 포괄적으로 이야기했고 거기에 핸드폰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핸드폰을 특정해서 버려달라고 한 게 아니다"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6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07 kilroy023@newspim.com |
변호인은 "다만 피고인은 핸드폰을 버린 이후 유동규의 형사사건 수사 과정에서 여러 혼선이 초래된 점에 대해 반성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유동규와 동거 가족의 관계이긴 했지만 그 전에 일반인의 신분이고 법적인 지식도 전무하여 유동규 핸드폰을 버리는 행위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은 진술서에서 휴대폰을 특정해 버리라고 지시했다고 명확하게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주 판사는 "만약 피고인 말대로 해당 핸드폰이 주요 증거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유동규의 형사사건 재판에서도 그 부분을 명확하게 증언할 수 있었을 텐데 당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지난 8월 유 전 본부장의 대장동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의 심신상태가 대단히 불안정했다"며 "유동규씨의 동거인이라는 이유로 일반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관심을 1년 넘게 받아왔다. 당시 진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설명했다.
주 판사는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핸드폰을) 버려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그냥 버릴텐데 피고인은 핸드폰을 깨부셔서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그러한 경위가 일반적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버려달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하는 행동과 좀 다른게 아닌가"라며 피고인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 판사는 결국 한차례 속행하기로 하고 양측에 입장을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해올 것을 주문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2월 15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 직전 지시를 받고 유 전 본부장의 핸드폰을 부순 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유 전 본부장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기소하면서 A씨도 증거인멸 혐의로 약식기소했으나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