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재판 출석해 침묵 유지
출소 뒤 인터뷰 했으나 최근 행보 바꿔
檢 요청·과열 분위기 등 '몸 사리기' 분석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출소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접 겨냥해 폭로를 이어가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최근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공판이나 검찰 조사에서만 진술하는 방식으로 이 대표 측의 증거인멸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 4일 오전 9시4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
그는 법원에 출석할 때부터 재판이 종료된 후 법정을 빠져나가기까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이 대표가 맞나', '베버리힐즈 관련해 이 대표에게 대장동 업자들의 민원 보고를 했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했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이 출소 뒤 한동안 일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재판 휴정 시간에 여러 이야기를 내놨던 것과 비교해 최근에 침묵 행보로 바꾼 것이다. 이를 미뤄, 유 전 본부장은 향후 공판 과정이나 검찰 조사에 한해 계산적 폭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6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04 kilroy023@newspim.com |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이 대표 측의 증거인멸을 우려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유 전 본부장과 한배를 타고 있는 검찰 측의 요청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대부분의 주요 증거나 진술 등은 검찰이 파악하고 있을 테고, 이는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언론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의도치 않게 새어 나갈 경우 이 대표 측에서 관련 증거를 없애 난항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 관계자도 "유 전 본부장이 출소하면 언론 인터뷰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사팀 입장에선 수사가 더 어려워졌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 대표 측의 증거인멸 시도 의혹은 여러 건이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그는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이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직전 정 실장과 통화했으며, 압수수색이 있기 며칠 전 김 부원장과도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은 함께 증거인멸교사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김 부원장은 이른바 '가짜 변호사'를 통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법원도 지난달 22일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김 부원장의 회유 시도나 민주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저지를 증거 인멸로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발언으로 과열되는 분위기에 힘들 것 같다"며 "특히 이 대표 측의 증거인멸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던 점을 볼 때 더욱 발언에 조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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