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산주 매입에 비판 포문 열려
김해영 "이만 무대에서 내려와라" 전면 비판도
당장 퇴진 요구는 힘들 듯…"국민 여론 눈치"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이후 검찰 수사를 '야당탄압'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사상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현실화된 사법리스크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 밖에서 169명 의원 전원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특히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이 XX'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대해 '당사침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 8월 전당대회 이후 조용하던 '반명' 목소리가 최근 다시 시작되면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0.26 leehs@newspim.com |
포문을 연 것은 전재수 의원이다. 전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의 2억원대 방산주 매입과 관련해 "저는 좀 실망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진 것은 좁게 보면 이 대표 개인이 진 것이지만 넓게는 민주당이, 민주당을 지지했던 16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진 것"이라며 "지지했던 숱한 사람들이 뉴스도 못 보고 널브러져 있는데 혼자 주식 거래를 한 것이다. 지지자들을 생각한다면 주식거래는 실망스러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전 의원의 발언이 보도되자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이원욱 의원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전 의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멈춰져야 한다. 전 의원님 응원한다"고 거들고 나섰고, 조응천 의원 역시 "전 의원이 못할 말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22일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그만하면 되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달라"고 공개적인 퇴진 요구를 해 이목을 끌었다.
또 24일에는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재차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다만 당분간 이 대표에 대한 퇴진 요구가 전면에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아직 검찰이 이 대표에게 직접 소환통보를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24일과 25일 양일 있었던 의원총회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하나로 뭉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 만한 위치에 계신 분이 아니지 않느냐"며 "무슨 근거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올 때가 됐다고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방산주 매입에 비판 포문을 열었던 전재수 의원 역시 김해영 전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상대방이 정치적으로 내전상태를 선언하고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말이 도움이 되겠느냐"며 "시기적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아쉽다. 지금은 그렇게(단일대오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국민들은 이 대표를 완전히 지지하지는 않아도 이 대표까지 날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 내부에서 이 대표에게 '내려오라'고 말한다면 당내 게임에서는 몰라도 국민 여론으로는 안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 대표와 30년 지기인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00% 찬성이라는 게 어딨겠느냐. 당 안팎에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당내 대부분 의원들 의견은 정권이 총역량을 모아 야당을 탄압하고 있는데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되지 않겠냐 하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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