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전기차 보급 급증…안전의식 기반
경제·환경·구조 최적화 제도 절실
지난 6월 4일 밤 11시 무렵 남해고속도로 서부산톨게이트에 진입하던 전기차량이 요금소 앞 분리대와 충돌했다. 순식간에 차량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15분 만에 초기진압을 했지만 자동차는 전소되어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사망했다.
당시 불길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주위로 이동식 침수조를 설치해 차량을 침수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는데 무려 7시간이 걸렸다.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전기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해 8월 기준 32만8000여대다.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기차 충전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전기차 주차구역과 충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
◆최근 5년 전기차 화재 62건…화재 진압 어려움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는 모두 62건으로 연도별로는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3건, 올해 6월 말까지는 17건 발생했다. 이러한 전기차 화재가 문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공학적 측면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100% 배터리로 움직인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이 전기차 화재와 연결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온이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원리다.
2t 이상의 무게를 가진 차를 움직이기 위해 엄청난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배터리의 과열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과열 상태의 배터리가 외부 충격이나 내부 압력, 결함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폭발 화재로 이어진다.
둘째, 화재 안전 측면의 문제점은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차 화재는 1000℃ 이상으로 올라가는 고열의 배터리로 인해 일반 분말형 소화기로는 진압이 불가능하다. 재발화 문제가 생긴다.
◆전기차 화재 발생땐 확산 위험 최소화해야
따라서 전기차 1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소화수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1대의 화재 진압을 위해 1만ℓ 소화수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이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소화수량의 10배 이상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지난해 3월 보고서를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 합선 화재 위험을 강조했다. 전기차는 구조물과 떨어진 외부주차를 권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전기차 화재 발생의 위험을 자각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기술적·제도적 대응 방안의 제시는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도 미국과 유럽 등 전기차 선진 기업과 경쟁하는 글로벌 선두 주자로 초격차 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화재의 위험성이 없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제도도 전기차 화재 안전이 아닌 전기차 구입 보조금 제도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전기차 화재 발생 때 확산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차구역은 최대한 지상화를 해야 한다. 지상 주차장이 없는 건축물 지하주차장은 모든 전기차 주차구역에 방화구획과 방화벽, 방화셔터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근 차량과 상부층 화재 확산 방지를 도모해야 한다.
◆전기차 사용자 인식개선 예방교육도 필요
또 전기차 화재 때 즉각적인 제연이 가능한 설비를 설치해 건축물 내부에서 질식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 충전 비율도 85% 안팎으로 낮추고, 급속이 아닌 완속 충전을 습관화하는 전기차 사용자 인식개선 예방교육도 함께 필요하다.
이 순간에도 전기차 점유율은 계속 늘고 있으며 위험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이용하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 뒤에 존재하는 위험을 깨닫지 못하는 우둔함을 가리키는 당랑규선(螳螂窺蟬)의 어리석음은 더 이상 안 된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고 있다. 다른 나라 제도나 기술을 도입하기 보다 우리 기술과 안전 의식을 기반으로 경제·환경·구조에 최적화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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