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위협적 도발" vs. 金, "절대 병기"
김정은에 '담대한 구상' 수용 압박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연설에서 북한의 '핵 무력 법령화'와 7차 핵실험에 대한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위협적 도발을 북한이 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핵 운용절차 등을 담은 교리 성격의 법령을 채택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내비친데 따른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2.10.25 pangbin@newspim.com |
윤 대통령의 언급은 김정은의 핵 발언 48일 만에 나온 것으로, 남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각기 의회 시정연설을 통해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주고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국민에 보고하는 성격의 윤 대통령 시정연설은 경제와 안보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서두에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고 운을 뗀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고물가와 고금리, 강달러 등 경제의 불확실성을 강조했고, 곧바로 안보 문제를 거론했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은 물론 최근 동서부 전선과 서해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군사적 대치와 긴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그에 따른 국민 불안이나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안보 현실 또한 매우 엄중하다"면서 "북한은 최근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한데서도 이런 기류는 확인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강한 우려를 피력했다. "핵 선제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7차 핵 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시정연설을 통해 다시한번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에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09.09 yjlee@newspim.com |
대북 대응의 구체적인 방안도 윤 대통령은 강조했다.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란 발언에서는 한・미 동맹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일본과의 안보협력도 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확인된다.
또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반입보다는 미국의 핵우산을 의미하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통해 북핵에 대응하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바람직하다는 기조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채찍뿐 아니라 당근도 제시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려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이미 취임사와 8·15 경축사에서 밝혔듯 우리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통한 정치·경제적 지원을 다할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 양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와 압박 전략을 구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기존 방침에 크게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군이 9월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술핵 운용 훈련을 실시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0.10 yjlee@newspim.com |
또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이나 협상을 전제로 대북 인프라 지원을 포함한 상당한 규모의 대북지원과 협력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은 앞서 8.15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내놓은 '담대한 구상' 제안에 대해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8.19)를 통해 "허망하기 그지없다"며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비핵화 밖에 없으며, 이를 위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의 결단을 재차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7차 핵실험 감행 등 또 다른 레드라인을 넘기 전에 북한에 전향적 태도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