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육의 바탕은 '자기주도학습'
AI교육에도 교사 역할론 부상
소외계층 학습력 향상에는 도움
'기계화된 문제지' '디지털화된 문제지' 평가도 나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습격차 문제가 부각되면서 교육계가 비상이 걸렸다.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이 주요 해결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보지 못한 AI를 활용한 교육의 길'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AI가 수업에 도입될 경우 학생들의 발달 및 학력, 교사들의 역할 등 파생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뉴스핌은 연구자료 및 전문가의 의견 등을 통해 AI교육의 적절성 등을 짚어봤다.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각된 학습격차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생 개인의 학습 수준 및 성향에 맞출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AI 교육은 미래교육의 상징이 됐다.
문제는 'AI를 통한 교육'의 효용성이다. AI를 활용한 교육도 학생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자기주도학습'을 전제로 한다. AI교육은 태블릿PC와 같은 IT 기기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학습이 이뤄지지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학생의 집중력이 핵심이라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성과 여부는 학교에서 이를 활용할 교사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교육을 내세운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관련 정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AI를 공교육 체제 안에서 자리잡게 하는 것은 향후 정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교육은 방대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갖춘 사교육 업체들이 현실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향후 교육 당국의 협업 여부도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메타버스 교육 체험을 하고 있다. 2022.09.22 pangbin@newspim.com |
◆소외계층 학습력 향상에서는 합격점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은 AI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선 이 후보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아시아교육협회가 최근까지 실시한 AI를 활용한 연구 결과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포항시에 있는 소규모 초등학교 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교육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W기업의 AI학습기 LMS(학습관리시스템)를 통해 학습한 결과 국어와 수학 과목에서 평균 점수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전과 사후로 구분해 실시한 테스트에 성적을 제출한 학생 10명의 국어 점수는 80.9점에서 90.4점으로, 수학 점수는 67.75점에서 77점으로 각각 향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별로 구분한 성적 변화에서는 '저학년'의 향상도가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국어는 저학년에서 74.83점에서 90.67점으로, 수학은 고학년에서 68점에서 92점으로 향상이 각각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운영 중인 '서리풀 샘 AI 스마트스쿨링' 사업도 학업성취도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이 사업은 만 15세 이하의 저소득 및 일반취약계층 아동 686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 대한 책임연구자는 이보람 대구대 교수가 맡았다.
지난해 4월~9월 AI 학습기를 사용한 출석률과 성취율을 기준으로 3개 집단으로 나눈 후 국어와 수학 과목의 점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성취율과 출석률이 가장 높은 집단의 국어와 수학 점수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서리풀 샘 AI는 멘토링 서비스도 지원 중이다. 학업지도 이외에도 정서나 진로상담 등도 하고 있어 사회적 역할까지 맡긴다는 것이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다. 지역사회의 경력단절여성 등 지역에서 선발한 맨토들은 아동·청소년의 출석률, 수행률, 학습상태 등을 점검한 후 해당 학생들이 AI 학습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탈북청소년대안학교로 알려진 하늘꿈중고등학교에서의 연구도 눈에 띈다. 해당 학교에서는 중 3, 고 1, 고 2학년 수학 수업, 동아리활동 시간에는 고등학생 중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기기를 활용한 영어 수업이 진행됐다. 2020년 9월~11월, 2021년 3월~7월, 9월~11월 전교생 70여명을 대상으로 AI를 통한 학습이 진행됐다.
해당 연구의 책임자인 강윤희 연구부장 교사는 "AI를 통한 '개별화 학습'으로 학생들은 방과후 실력 보완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가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학습부진 현상을 겪는 대다수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해당 학년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기초단계 학습의 기회를 제공받고, '중도탈락'할 수 있는 학생들이 학업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북한 또는 제3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오는 과정의 기간동안 영어 학습경험이 부재하거나 알파벳 정도만 인지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영어뿐만 아니라 국어, 수학, 속담, 사자성어, 과학, 역사 등 콘텐츠가 다양하기 때문에 탈북청소년으로서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기초지식을 AI 스터디 시간을 통해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코딩으로 만든 장난감을 촬영하고 있다. 2022.09.22 pangbin@newspim.com |
◆입시에 밀리는 AI 활용 교육
AI를 활용한 교육이 학교에 '숙제'만 안겼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국내 AI교육업체를 지정해 서울의 J초등학교와 M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AI 기반 에듀테크의 학교 현장 적용을 위한 협력적 실행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J초등학교에서는 AI를 활용한 교육을 접한 교사들이 '기계화된 문제지'혹은 '디지털화된 문제지'라는 평가를 내놨다. 현재 AI 기반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 중인 기업 대부분이 교과서와 학습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반응도 내놨다.
주정흔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연구책임자는 "미래교육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회귀하는 수업을 연상시켰다는 반응을 보인 교사들도 있었다"며 "교과서 내용과 반복된 학습 내용을 공부하고, 관련 문제들을 풀어야 하는 반복적인 학습에 학생들의 관심과 활용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M고등학교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수학과목에 참여한 학생 15명 중 'AI 학습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3명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4등급의 중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였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참여율도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 교사는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과세특)에 쓸 수 있다고 하면 학생들 참여율이 달라진다"며 "대학 갈 때 좋다는 판단이 서는 활동에 참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교육부도 AI를 보조교사로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학습 결과를 학생 수준에 맞게 학습 활동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는 초등 1~2학년이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 3~4학년까지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학탐험대의 경우 누적 가입자가 지난해 6만8000명에서 올해 20만6400명까지 급증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의 AI 활용 수업 지원 시스템도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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