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핌] 홍재경 기자 =인천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A(52)씨는 요즘 공기업의 입찰에 참여할 때마다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선뜻 결정을 못한다고 한다.
한국남동발전(주)가 발주한 영흥발전소 내 시설물 신축 설계용역을 하고 2년이 넘도록 설계비 5억여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018년 말 남동발전이 발주한 인천시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 내 시설물 신축 설계용역 사업자로 선정됐다.
남동발전은 당시 영흥화력발전소 내에 61억8000여만원을 들여 4400㎡ 규모의 RC(철근콘크리드) 창고를 신축하기로 하고 설계용역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A씨는 입찰에서 남동발전이 자체 산정한 설계용역비(2억2000여만원)의 84%대인 1억8900여만원을 적어내 설계용역 사업자로 선정됐다.
남동발전은 계약을 마치고 A씨가 설계를 시작하려 하자 처음 입찰공고의 창고가 아닌 샤워장·휴게실 등이 포함된 업무시설과 정비공장으로 설계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당시 (남동발전의) 설계 변경 요구로 인해 업무가 복잡해지고 업무량도 크게 늘어나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향후 입찰참가 제한 등의 불이익이 우려돼 계속 진행했다"고 19일 말했다.
남동발전의 변경 요구대로 설계를 한 결과 시설물의 공사비는 당초보다 45억원 가량 증가한 106억여원, 설계비도 처음 계약금액보다 2억9000만원 가량이 늘어난 5억원에 달했다.
A씨는 6개월여의 작업 끝에 2020년 6월말 완성된 설계용역서를 남동발전에 넘기고 늘어난 비용이 포함된 설계비 5억원을 청구했지만 2년3개월이 넘도록 받지 못하고 있다.
남동발전 측은 "입찰시와 계약이후 시방서상의 과업내용변경이 없었다"며 늘어난 설계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변경된 설계용역물이 제출되자 곧바로 공사에 들어가 올해 1월 업무 및 정비시설이 들어선 건축물을 준공해 사용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설계 업체 선정 후 용역 시작단계에 일방적으로 설계 변경을 요구하고 당초 공사비의 80% 가까이 증액된 시설물을 계획한 공정대로 지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한 설계사는 "이번 일은 남동발전이 설계비를 줄이기 위해 처음부터 다른 내용의 입찰공고를 내고 진행한 것 같다"며 "공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예산 줄이기 수법"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 동안 국민권익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 같은 사정을 전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다은 '계약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뿐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최종적으로 법에 호소하기로 하고 소송을 제기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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