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침수·노조 파업에 생산 '위태'
증권가는 일제히 실적 하향 조정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환율과 수입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에 더해, 포스코 침구 피해복구 작업과 현대제철 노조 파업 장기화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철강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 3분기 영업이익은 반토막 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포스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든 1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황 부진, 원자잿값 상승 등 대내외적 악재가 쌓인 데다, 태풍 피해로 인한 재고 손상, 설비 복구, 생산·판매 차질로 인한 원가 부담 규모만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매출 피해 규모는 2조원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코는 현재 공장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 포스코는 이달 중 3후판과 1선재 공장 복구를 마치고, 내달 2후판과 3·4 선재, 12월 중 2열연과 2냉연, 2선재, 스테인레스 2냉연공장 등을 단계적으로 복구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복구 작업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의 4분기 실적 개선 여부는 설비 정상화 시점에 달렸다.
[사진=뉴스핌DB] |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국내외 내수 수요가 부진한 데 따른 결과다. 자동차용 강판 내수 가격은 올랐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과 전방산업인 주택시장의 부진, 전반적인 수요 둔화로 인한 감익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제철은 노조의 게릴러 파업 직격탄까지 맞았다. 열연강판 공급에 차질이 냉연공장은 현재 2주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수개월치 재고가 비축돼있다고 하지만, 노사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만큼 노조의 파업 종료 시점은 불투명하다.
전기요금 인상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0월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대 16.6원/kw 인상되면서 2분기 평균치 대비 15.4% 인상됐다. 특히 국내 최대 전기 사용업체인 현대제철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연간 1조원의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중 절반 가량을 구매해 사용한다. 특수강 업체인 세아베스틸도 연간 300억원 내외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업계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중국과 베트남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한층 치열해졌다.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누적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58만톤(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0% 이상 늘었다. 일본산 후판 수입량 성장세도 비슷한 수준이다. 포스코 침수 사태 이후 수급 불안정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철강 제품가는 톤당 630달러 안팎으로,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후판과 비교하면 30% 가량 저렴하다. 조선업 등 후방산업과의 후판가 협상에서 국내 철강사들의 입지가 불리해졌다는 앓는 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스코나 현대제철 사태가 국내 철강 수급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철강업 경기가 어렵고, 수입산 철강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다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