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마약 숨겨 밀수하는 '보디패커' 추정인 적발
마약 밀수 수법 교묘해지고 중량 많아지는 추세
'마약과의 전쟁' 선포했지만 인력·예산은 '태부족'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첫 내국인 '보디패커'로 추정되는 활동사항이 발견됐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9월 25일 용산구의 한 주택에서 숨진 50대 남성 A씨의 몸 속에서 마약이 발견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변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마약 추정 물질이 발견되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로고 [사진=뉴스핌DB] |
A씨는 사망 전날인 9월 24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입국했다. A씨의 위장에서는 마약 의심물질과 함께 이를 포장하는데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입국하면서 들여온 마약 봉지가 몸 속에서 터지면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디패커는 '마약을 몸 속에 숨겨 운반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것으로 보통 중남미에서 미국·유럽 등지로 운반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만약 A씨가 보디패커임이 확인된다면 국내서 한국인 중에는 첫 사례가 된다.
◆ 늘어나는 마약 밀수...수법은 교묘해지고 중량도 많아졌다
최근 마약류 위반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단순 매매·투약을 넘어 밀반입도 다수 적발되고 있는 추세다. 그 수법도 다양해져 '마약 신흥국'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적발된 마약류 밀수량은 총 2265kg으로 집계됐다. 적발 건수는 3499건으로 2조24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밀수 마약류 적발량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7년에는 69kg이었으나 2018년 362kg, 2019년 412kg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적발된 물량은 1272kg으로 관세청 개청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약 밀수 수법도 교묘해졌고 한 번에 반입되는 양도 많아졌다. 지난 12일 대전지검 형사3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외국인 4명과 한국인 1명 등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약 30억원에 달하는 마약을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각각 음료, 초콜릿 등 식품이나 연고, 베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야바(필로폰에 카페인 등을 혼합한 약)를 위장해 밀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부산지방법원은 1톤에 가까운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하고 일부를 다시 해외로 유통한 외국인 B씨에 징역 30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B씨는 멕시코에서 제작된 항공기 부품(헬리컬 기어)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한 것처럼 조작해 수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품 안에 대량의 필로폰을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 마약 범죄는 느는데 관련 인력·예산은 태부족
그러나 이같이 마약 밀수가 다양해짐에도 불구하고 관련 인력과 예산은 부족한 실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내년도 마약수사 전담인력 증원을 요청했으나 정부 심사 과정에서 확정된 인원은 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서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한 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또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해경의 마약 범죄 대응 예산은 전체 예산의 0.0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