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핌] 양진영 기자 = 중국의 영제(影帝)로 불리는 배우 양조위가 4번째로 부산을 찾았다.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그에게 한국의 부산은 가장 친숙하고 늘 오고싶은, 인연이 깊은 도시다.
양조위는 5일 개막한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방문했다. 전날 레드카펫에서 뜨거운 플레시 세례를 받은 데 이어 6일엔 공식 기자회견으로 한국의 많은 팬들과 취재진에게 인사를 했다. 수수한 꾸밈새로 옆집 아저씨같은 친근함이 느껴지지만, 미소를 짓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다. 마치 홍콩영화의 전설이었던 그의 전성기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부산=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배우 양조위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2022.10.05 pangbin@newspim.com |
"올해의 아시안영화인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스러워요. 부산국제영화제에 벌써 4번째로 방문했지만 올 때마다 많이 달라졌어요. 부산이란 도시가 예전보다 굉장히 현대화되고 발전됐죠. 높은 건물이 많이 생기고 바닷가도 더 아름다워졌어요. 호텔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보행로도 생기고 수영장도 예쁜 장식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처음 왔을 때 좁은 길에서 작은 무대를 세워서 개막식을 했는데 어제(5일)같은 성대한 개막식을 개최하게 된 것도 발전되고 달라진 부분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양조위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과 더불어 이번 영화제에서 '양조위의 화양연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그는 직접 자신의 출연작 중 6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2046'(리마스터링) '동성서취' '무간도' '암화' '해피투게더'(리마스터링) '화양연화'(리마스터링) 6편이 상영되며 '암화'는 국내에서 첫 공개되는 작품이다.
"출연작 중 6편을 고른 기준은 정말 다양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서로 다른 장르를 골랐어요. 6편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의 작품도 많죠. 유진위, 왕가위 감독님 등의 작품을 많이 봐주셨으면 해요. 더 찾고 싶어도 못찾는 영화도 있어요. 대만에서 찍은 '비정성시'도 선보이고 싶은 영화였죠."
코로나19 팬데믹 탓도 있지만, 양조위는 성대한 축제나 행사에 자주 참석하지 않는 편이다. 덕분에 지난 개막식에서 그가 오른 레드카펫에선 수많은 부산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그는 오랜 친구같은 부산, 부산 관객들의 인상을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부산=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배우 양조위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2022.10.05 pangbin@newspim.com |
"이런 성대한 행사에 참여안한지 오랜만이라서 레드카펫 오르는 건 긴장을 많이 했었어요. 여러 분들과 부산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죠. 예전엔 부산 영화제가 규모가 크지 않아서 좁은 길에서 작은 무대를 세웠었고 영화관 가는 길에도 많은 팬들이 몰려왔었던 기억이 나요. 좁은 길에서 열정적인 팬들 덕에 신발이 벗겨진 적도 있었죠. 그때부터 부산 팬들의 사랑을 늘 느꼈고 알고 있었죠."
양조위는 8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 때부터 20년이 넘게 최정상을 지킨, 현역으로도 활동 중인 배우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와 작품에 출연해왔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공개된 마블 영화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로 호평받았던 것도 그 연장선이다.
"사실 제게 악역 대본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배경이 복잡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 역할에 관심이 있고 개인적으로 연쇄살인마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샹치 웬우도 굉장히 악역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연기를 해보니 막상 그렇지는 않았거든요. 꼭 미국에 데뷔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의미보다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인연이 된다면 미국이 아닌 한국, 일본 어디든 갈 수 있죠. 사실 굉장히 비밀스럽게 준비하느라 많은 정보를 공개해주지 않았는데 '샹치' 감독님과 통화하면서 진심을 느꼈어요. 이 사람을 믿어도 되겠다 싶어 도전을 결정했죠. 마블작을 선택한 이유도, 배우라면 되도록 다양하고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미국 작품을 도전한다면 더 많은, 글로벌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 좋은 경험이었죠."
[부산=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배우 양조위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2022.10.05 pangbin@newspim.com |
'샹치'를 통해 아버지 역을 하게 된 것도 양조위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드디어 이미지 전환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개봉을 앞둔 곽부성과 함께 한 '웨어 더 윈드 블로우스', 유덕화와 작업한 '금소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향후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할 계획을 살짝 공개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역을 도전할 거란 생각조자 못했어요. 저의 연예 인생을 전반 후반으로 나눈다면 전의 20년이 배우는 단계고 후반 20년이 그걸 발휘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후반에 접어들어 스트레스 많이 안받고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서 더 다양한 역할, 이제 나이가 들어 비로소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나게 돼서 더 즐거운 단계에 온 듯해요. 앞으로도 나이에 맞는 역할들이 기대돼요. 곽부성 배우와 함께 찍은 영화는 그분 역시 프로라 촬영 내내 좋았고 잘 마무리했죠. 준비하면서 '화양연화' 촬영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는데, 줄거리가 예전 홍콩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50-60년대 홍콩의 이야기이고 그 시대에 홍콩에서 자란 세대로서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그런 영화죠."
이와 함께 양조위는 처음 데뷔할 당시 이름을 알렸던 드라마의 매력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드러냈다. 또 그는 홍콩영화 스타로 아시아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이끌었던 경력자로서, 현재의 K콘텐츠 열풍에도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K-드라마나, 영화에도 당연히 함께하고픈 게 그의 마음이다.
"저는 방송국 출신이고 드라마로 데뷔를 했었어요. 최근 들어 다시 드라마를 찍으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져요. 드라마 배우로 데뷔시절부터 좋아해준 팬들이 많은데 그런 모습을 또 궁금해할 것 같아서 드라마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죠.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으니 이전에 젊은 나이에 할 수 없었던 나이가 든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요즘 한국 연예계 소식을 들으면 저도 굉장히 기쁘고, 배우 송강호, 전도연 씨를 좋아해요. 언어 문제만 해결될 수 있다면 한국 작품에 도전해볼 기회도 있지 않을까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