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그림이 있다. 제목은 '윤석열차'. 영국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토마스를 패러디 한 듯한 이 그림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그의 부인 김건희 여사, 법복을 입은 검사들을 태우고 레일을 질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수많은 정치풍자 그림 중 하나로 끝났을 텐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그림을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표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냥 두었다면 잠시 시끌시끌하고 말았을 한 고등학생의 그림이 문체부의 엄중 경고로 며칠 사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그림이 된 것이다.
고홍주 정치부 기자 |
사실 정치 풍자에 발끈하는 건 보수정권에서만 불거지는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5년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대통령 재임 중이었던 2021년에는 국회 분수대 인근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뿌린 30대가 모욕죄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모욕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고소 없이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한 시민을 고소한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그림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매우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ABM(Anything But Moon)', 문 전 대통령이 하던 것 빼고 모든 것을 하겠다는 기조로 일관해왔다. 장관 후보자 논란에는 "전 정권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했다" 등으로 맞받아쳤다.
이뿐인가. 대선 후보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고발 사건을 두고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표현의 자유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윤 대통령도 자신을 향한 비판에서만큼은 전 정부와 달리 갈 생각이 없나보다.
옛말에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도 욕한다고 했다. 욕한다고 나랏님이 응답을 해주는 것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 자체로 욕해버리고 세상사 힘든 일을 잠시나마 잊는 것이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더 이상 나랏님도 없지만 어쩐지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욕하려면 더 큰 맘을 먹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대통령도 정치인도 사람인지라 기분 좋은 비판이 불가능하리란 것을 안다. 그래도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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